[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희대의 사기극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 주변에선 중국에서 소환 예정인 강태용이 입을 열면 핵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희팔 일당의 ‘넘버 2’였던 강태용이 작심하고 입을 열면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우리나라 유력 고위층 중 여럿이 ‘다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죠.

검찰은 조의 소유이거나 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투자자금 등을 전방위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계좌추적 전문 검사도 도입한 상태입니다.

특히 조와 강의 차명계좌 등을 통해 검ㆍ경뿐 아니라 전ㆍ현 정권의 정관계 인사 등에도 대가성 뇌물이 건네졌을 가능성도 염두하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조 일당을 비호하며 금품을 받은 공무원은 10여명에 이르지만 아직까진 이들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뇌물액은 벌써 34억원 정도지만, 이번 사건의 피해액이 4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봤을 때 액수는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조 일당이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고 중국으로 도피한 배경엔 당시 정치권 실세가 연루돼 있기 때문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와 강이 벌인 로비의 몸통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이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사마의’ 일화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234년 촉 나라의 제갈량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위 나라의 사마의와 오장원에서 대치하던 중 자신의 죽음을 예감합니다.

이후 자신의 모습을 본뜬 좌상을 수레에 앉혀 살아 지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라는 마지막 지시를 내리고 운명을 다하죠.

이에 촉 군사는 철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차례 제갈량에게 혼쭐이 난 위는 곧장 추격하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제갈량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소 늦었지만 때는 이때다 하면서 총력을 다해 촉 군대를 쫓아갑니다.

그런데 달아나던 촉 군사들이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 북을 치며 반격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지휘 병거 위엔 죽었다던 제갈량이 떡 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사마의는 가짜 제갈량을 진짜로 오인하고, 순간 그의 사망 소식은 자신을 유인하려는 위장 전술이었단 판단을 내리게 되죠.

이에 즉시 발길을 돌려 퇴각을 결정하게 되는데, 덕분에 촉 나라는 무사히 고국 진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세인들은 이를 가리켜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이라 했는데, 죽은 제갈량(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의(중달)을 물리쳤다는 뜻입니다.

이런 스토리는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사망 상태인 조희팔이 뇌물 받은 생존자들을 떨게 만드는 상황과 유사해 보입니다.

죽은 ‘조갈량(조희팔)’이 산 ‘권마의(권력층)’를 물리치고 있는 국면이라 할 수 있을까요.

당대 최고의 현자(賢者)였던 제갈량껜 결례일 수 있겠지만, 구도가 그렇습니다.

어렵사리 재점화된 조희팔 수사가 칼만 빼고 ‘잔가지’만 손질하는 수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범죄자들의 로비를 받았던 검ㆍ경이 다시 한번 범죄자들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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