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제주도 여행 때의 일입니다. 미로공원에 방문했습니다. 공원 한가운데에 종이 있고 그 종을 향해 복잡한 미로를 걷는, 그런 공원입니다. 수 없이 많은 갈림길을 거쳐 가다 보면 다시 제자리입니다.
다시 돌아가 다른 갈림길로 걷다 봐도 또 그 자리입니다. 종은 바로 눈 앞에 보이는데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손만 뻗어도 될 듯한데,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기는커녕 계속 같은 자리만 반복하니 난감합니다. 다리에 힘은 풀리고 불쑥 짜증도 납니다.
최근 정치권을 보며 불연 듯 그 미로공원이 생각났습니다. 국회 내 정치개혁의 얘기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을 천명한 국회였습니다. 공원 한가운데에 높이 솟아 있는 그 종처럼, 공원 어디에서나 보이는 그 종처럼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 논란부터 시작합니다. 300명의 금배지를 좀 더 늘려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온 국민의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화들짝 놀란 국회는 여야 모두 서둘러 진화에 나섭니다. 그 뒤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각종 정치개혁 과제가 거론됩니다. 여야가 사생결단의 각오로 갑론을박을 벌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폐율제, 대ㆍ중소선거구제, 안심번호제 등 퍼뜩 기억나는 정도가 이러합니다. 누군가 주장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진 과제들까지 더하면 더 복잡해지겠죠.
국회가 벌집을 쑤신 듯 들썩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개특위는 손을 놨습니다. 독립기구라 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로 공을 넘깁니다. 무늬만 독립기구였을 뿐 여야 ‘대리전’에 시달린 선거구 획정위도 손을 놨습니다. 다시 공은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결정하기로 약속한 시간은 하나둘씩 슬그머니 미뤄졌습니다. 이제 11월 13일은 선거법이 정한 마감기한입니다. 정치개혁은 또 조용합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안도일까요. 또 그날이 가까워지면 시끄러워지겠죠.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 3월 정개특위가 출범한 이후 정치개혁을 두고 여야가 각종 의견을 쏟아냈고,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정리하는 것,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7개월을 그대로 지워도 무방합니다. 제자리입니다.
정개특위를 통해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한 유일한 정치개혁 과제는 의원정수 300명 유지입니다. 현 상황을 유지한다는 게 과연 ‘개혁’인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유일한 진전이라면 진전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오는 불거지는 목소리는 또다시 의원정수입니다. 비례대표 수, 지역구 의석 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어지럽게 여야가 공방을 벌이더니 이젠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야 이견이 팽배하니 결국 소폭 의원 수를 늘려야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죠.
역으로 의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의원정수를 줄이자”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300명에서 246명으로 대폭 감소하겠죠. 의원정수로 다시 논란은 돌아왔고, 그 강도는 더 세졌습니다.
의원정수를 늘이든 줄이든 현상을 유지하든, 각각 장단이 있고 찬반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미로공원입니다. 돌고 돌아 7개월이 지나 다시 의원정수 논란으로 돌아왔습니다. 의원정수 논란이 끝나면 또 반복되겠죠. 지역구ㆍ비례대표 수로, 공천제도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또 논란이 반복될 것입니다. 종은 항상 손에 닿을 듯한데, 결국 또 제자리인 그 미로공원입니다.
결국, 11월 13일은 오게 될 것입니다. 끝까지 종을 울리지 못하면 결국 지도나 안내원의 손을 붙잡고서 끌려가다시피 종에 도착하게 되죠. 종을 울리긴 했지만 왜 미로공원에 왔는지 재미도 흥미도 잃어버립니다. 입장료 본전 생각에 입맛만 쓰디씁니다.
11월 13일은 어쨌든 올 것이고, 결국 종은 울릴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제자리걸음 미로를 스스로 탈출할 수 있을지, 결국 터덜터덜 마지못해 종을 울리게 될지 지켜봐야겠지요. 지난 7개월의 행적을 곱씹어보면, 암담한 미로공원 탈출기 대신 그 시간에 제주도 바다라도 한 번 더 보는 게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