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확인 없이 무심코 클릭 학교폭력 동조자 낙인 사안따라 중징계 당할수도
고등학생 A군(17)은 최근 영문도 모르고 교무실로 불려갔다가 당혹스러운 말을 들었다.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었다며 곧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린다는 것.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A군의 친구가 다른 친구를 비방한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였다.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게시물에 습관처럼 ‘좋아요’ 버튼을 눌러 오던 A군은 뒤늦게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후였다.
최근 학교폭력에서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사이버폭력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학생들이 무심코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폭력은 2012년 3.1%에서 2013년 5.4%로, 2014년 6.1%로 점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상다미쌤’을 운영하는 열린의사회의 김태윤 사회공헌실장은 “학생들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더 쉽게, 더 많이, 더 지속적으로 비신체적 폭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2014년 실태조사에도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학생 중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32.0%나 됐다.
사이버 폭력은 학교 안과 학교 밖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를 끈질기게 뒤쫓는 사이버 스토킹, 랜덤채팅앱 등으로 신체 사진을 보내게 해 이를 빌미로 이뤄지는 사이버 성폭행, 인터넷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함부로 올리거나 공유하는 사이버 이미지 도용, 채팅방 등에서 피해자의 퇴장을 막고 욕설 등을 하는 사이버 감금 등 사이버폭력의 유형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페이스북 등에 비방글을 올렸다가 피해자가 읽은 것이 확인되면 바로 글을 삭제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식의 사이버폭력 유형이 두드러지고 있다.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렀던 A군은 직접 비방글을 올린 가해자는 아닐지라도 학교폭력 동조자 혹은 조력자가 돼 학폭위가 열리면 대상자가 된다.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관 관계자는 “최근 사이버 상의 폭력으로 학폭위가 열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때마다 사안이 달라서 계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과 정도의 경징계부터 중징계까지 징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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