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거듭하며 ‘예산 국회’가 공회전하고 있다.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야는 역사교과서 예비비 편성 문제로 충돌했다. 각 상임위의 예산 심의 역시 국정화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이날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종합정책질의 시작 직후 의사진행 발언에서 야당이 요구한 예비비 자료 제출을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해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또 “(답변을 위해 배석한) 장관님들의 이석(離席)과 관련해 최대한 편의를 봐 드렸지만, 앞으로는 대통령 행사 수행 등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며 “장관이 무단 이석한 부처에 대해선 기본경비를 과감하게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자료 제출 문제로 일종의 보복적 (이석 불허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건 여야 간사가 합의하고 위원장이 결정할 일”이라고 맞섰다.
같은 당 이철우 의원은 “예비비는 선조치 후보고가 법에 명시돼 있다”며 “그걸 알면서도 계속 (자료 제출을) 주장하는 건 생트집이다. 국민한테 부끄럽지 않은 국회가 되려면 스스로 자제하고, 특히 야당 의원의 자제를 당부한다”고 안 의원을 겨냥했다.
이에 맞서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부분(예비비)에 대해 명명백백하고 자신 있게 자료를 내고 불법인지 아닌지 국민과 국회의 검증을 받으면 그만인데 뭐가 두려워서…”라고 지적해, 새누리당 측에서 야유와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정책질의는 이틀째도 사실상 공회전했으며 자칫 교과서 공방만 벌이다 예산안 심사를 졸속으로 마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도 전날 전체회의에서 예산과 법안 심의 대신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태스크포스(TF) 의혹과 관련한 설전을 벌였다.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안 심사도 이 TF를 둘러싼 공방 탓에 뒷전으로 밀렸다.
이처럼 예산심사가 파행을 거듭하다간 예산 처리 마감 시한에 쫓겨 ‘수박 겉핥기’ 심사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결위는 다음달 2일부터 나흘간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로 나눠 부별심사에 돌입한다. 이어 9일 소위원회를 가동해 본격적인 감액ㆍ증액 심사에 착수하고, 30일까지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 전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이 일정에 따르면 각 상임위는 다음달 9일 전까지 예비심사를 끝내야 하는데, 현재의 여야가 대치하는 국면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법제사법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된 법안만도 200건 가까이 되지만 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처럼 산적한 무쟁점 법안을 털어내고자 다음달 3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야당이 응할 가능성은 낮다.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등은 여야간 입장차가 커 여야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 아울러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선심성 예산에만 매달릴 경우 예산안이나 법안 처리가 날림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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