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 왕 OP랩스 CEO·카일 젠케 CBO 인터뷰
전 세계 200곳 금융사와 블록체인 논의
韓 금융사 적극적 행보…내년 상용화 경쟁 주목
토큰화 금융상품 청약·환매 자동화…처리시간 단축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한국은 세계에서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인구의 3분의2가 금융 앱을 사용하는 모습을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죠.”
레이어2(L2) 블록체인 옵티미즘(Optimism)의 개발사 OP랩스의 징 왕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방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왕 CEO는 국내 핀테크사, 증권사, 결제사 등과 잇따라 만난 가운데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요 시장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도 직접 소유해야 통제권 확보 가능”=옵티미즘은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인 OP 메인넷과 기업이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OP 엔터프라이즈를 제공한다. 이들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OP 스택은 이더리움 기반 L2 체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이다. 사업이 확대되면 기존 OP 메인넷에서 자체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옵티미즘이 현재 블록체인 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금융사는 전 세계 200곳 이상에 달한다. 이들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정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사업 추진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OP 스택을 기반으로 자체 L2 블록체인 ‘기와’(GIWA)를 구축했다. 기와는 OP 엔터프라이즈의 자체 운영형 모델을 활용한 사례로 테스트넷에서 약 1억건의 거래를 처리했다.
왕 CEO는 “모든 기업이 궁극적으로 자체 블록체인을 보유해야 한다”며 “다른 기업의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수수료나 장애 발생 시 복구 시간까지 외부 사업자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만, 자체 체인을 보유하면 이러한 요소들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스와 지역상품권 결제 실증…스테이블코인 기회 발굴=현재 금융사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존 결제·정산 절차를 간소화하고 새로운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데 나서고 있다. 여러 단계에 걸쳐 처리하던 업무를 자동화하는 한편 투자접근성이 낮았던 자산을 투자상품으로 선보이려는 것이다. 옵티미즘은 토스, KB증권, DB증권 등과 협력해 결제부터 자산 토큰화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토스와는 지난 9월 한국조폐공사의 지역사랑상품권을 활용한 결제·정산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3사는 상품권 결제와 대금 정산을 하나의 블록체인 거래로 동시에 처리하고, 기존 공공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거래 내역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기술을 시험했다.
옵티미즘은 토스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왕 CEO는 “토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개인 간 자금 정산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국내시장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거래 수요 적은 자산도 상품화”…금융상품 영역 확장=증권 분야에서도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KB증권과는 글로벌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와 함께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화 펀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업무협약을 체결한 3사는 우선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토큰화하고 향후 주식, 미 주식예탁증서(ADR), 회사채, 국채 등으로 상품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옵티미즘은 OP스택을 통해 거래·정산 인프라와 시스템 연동을 지원한다. 왕 CEO는 “금융기관마다 청약과 환매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고 일부는 수작업으로 진행돼 시간이 지연된다”며 “이를 자동화하면 기존에 며칠씩 걸리던 업무를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왕 CEO는 “과거에는 규제 요건을 변경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씩 개발 작업이 필요했지만 OP 스택에서는 간단한 설정 변경으로 가능하다”며 “미국에서도 클래리티법이 통과되지 않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는 등 규제 환경이 달라졌을 때 파트너사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B증권과는 제주 지역의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7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스마트팜과 축산, 지식재산권(IP) 등을 활용한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왕 CEO는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어려웠던 소규모 자산에도 투자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에서는 냉동 오렌지주스까지 선물상품으로 거래되지만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자산이 거래되려면 상당한 투자 수요가 필요하다”며 “유니스왑과 같은 탈중앙화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자산도 거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옵티미즘은 지난달 ‘업그레이드 20’을 통해 여러 블록체인의 거래 상태를 검증하는 오류 증명 시스템(Fault Proof)을 개선했다. 이를 바탕으로 외부 브릿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간 자산을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왕 CEO는 “블록체인 역사상 가장 큰 해킹 사고들도 외부 브릿지 인프라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한국 금융기관들은 자산을 다른 블록체인으로 옮길 때 이러한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미즘은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 및 엔지니어링 인력을 확보하며 현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터뷰에 동행한 카일 젠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가장 크게 투자한 분야는 인력으로, 고객사가 같은 시간대에 현지 언어로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한국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에 유통한다면 더 큰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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