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의 정치일까 유비의 정치일까. 내년 총선출마를 준비중인 체육인 이만기 씨
여포의 정치일까 유비의 정치일까. 내년 총선출마를 준비중인 체육인 이만기 씨

선거철이 되었나 보다. ‘철새’ 정치인들이 여기저기서 날아들고 있으니 말이다. 정당의 공천 절차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정치인(혹은 지망생)들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릴지. 노무현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냈던 김만복 씨의 명분 없는 ‘엽기적’ 변신은 시작에 불과하다. 김씨는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정적(政敵)인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당비까지 낸 뒤 재보궐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하는 이중적인 행각을 벌였다.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인들의 ‘변신’은 늘 있어왔다. 중국 후한 말기의 무장 여포는 ‘배신의 대명사’였다. 잘난 몸뚱이 하나가 밑천이었던 그는 신기에 가까운 무예로 천하의 명성을 얻었다. 동탁의 수하였지만 왕윤과 공모하여 동탁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으나 이각 등에게 패하여 장안으로 달아난 뒤 각지를 떠돌다 조조에게 패망하고 처형당했다. 늘 정의 편으로 인정받은 유비 역시 ‘변신’의 귀재였다. 여포에 의지했다가 조조와 함께 여포를 죽인 뒤 조조를 배신하고 원소에게 달아났으며, 마지막에는 유장의 신뢰를 배신했다. 둘 다 ‘배신의 아이콘’으로 손색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배신을 밥 먹듯 한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무척이나 대조적이라는 사실이다. 유비의 경우 ‘정의의 화신’으로 추앙되고 있는 반면, 여포는 배신의 상징으로 지탄받고 있는 것. 왜일까? ‘변신’의 이유 때문이었다. 유비는 한실중흥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여포는 자신의 이득에만 몰입했을 뿐이다. 영국의 윈스틴 처칠은 공익과 국가적 이익을 명분으로 자유당과 보수당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태조 이성계는 요동정벌 4대불가론을 명분으로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조선을 건국했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었다. 결국, 정치인들의 ‘변신’은, 그것이 사익이 아닌 신념의 변화나 공익의 추구에 의한 것이라면 ‘무죄’로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속씨름의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씨가 총선에 또 출마할 모양이다. 지난 16대와 17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이씨는 16대 때 국민연합21 소속으로 총선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17대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역시 낙선했다. 지난 해에는 새누리당으로 옮겨 경남 김해 시장 선거에 도전했으나 당 후보경선에서 쓴 잔을 마셨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만기 씨는 그 동안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TV속의 캐릭터가 실제의 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사실 우리나라에는 정통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이 그리 많지 않다. 현 국회에서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씨가 유일한 선출직 의원이다. 체육제도의 선진화 표방이 무색할 정도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체육인 출신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이만기 씨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다만, 이만기씨가 밝히고 있는 그의 정치적 ‘변신’의 명분이 기존 정치인들의 그것에 비해 차별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지금까지 세 차례나 당적을 바꾸었다. 그것도 이념이 다른 정당으로 왔다 갔다 했다. 그는 ‘서민 마인드’ 존재 여부를 ‘변신’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즉, 자신이 소속한 정당이 ‘서민 마인드’를 잃어버릴 경우 언제든지 다른 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 마인드.’ 그 동안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당을 바꾸면서 해왔던 명분의 변이었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말로만 외쳤지, ‘변신’ 이후 진실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쳤느냐다. 여당의원이든 야당의원이든 도긴개긴이다. 게다가 이만기 씨의 서민관에서 다소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이씨는 지난 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부드럽고 약자를 위한 서민정치를 펼쳤다며 당시 민주당에는 그런 모습이 없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이를 거꾸로 들으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부드럽고 약자를 위한 서민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후보자들은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키거나 ‘아니면 말고’식의 이전투구를 벌인다. 당적을 수 차례 바꾼 이만기씨가 상대 후보로부터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철새’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은 명분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 씨에 대해 유권자들을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모래판에서 성공했던 그의 ‘꿈’이 사상누각이 되지 않길 바란다. seanluba@hanmail.net*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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