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직장인 김현구(30ㆍ가명)씨는 최근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때문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회사 팀원들의 업무용 단톡방을 다른 방으로 착각해 회사 뒷담화 메시지를 올린 것이다. ‘번지수’를 착각한 걸 알아챈 김씨는 단톡방에서 짧은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선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힘들었다.

카오톡 등 대화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 생활을 넘어 공적인 업무에까지 파고들면서 이전에도 발생하지 않았을 신종 실수가 속출하고 있다. 엄지 손가락 까딱해 뱉는 말이 입으로 하는 말보다 늘어나는 스마트시대인 만큼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망신을 톡톡히 당할 뿐 아니라, 자칫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올렸다간, 아차’…단체 카톡방 실수 주의보-copy(o)1-copy(o)1

직장인 정성훈(31ㆍ가명)씨 역시 지인들의 단톡방 착각 실수를 자주 목격한 터라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정씨는 “지인 중 한 명은 친구들과 야동 사이트를 공유하려다 실수로 여자들이 포함된 다른 그룹 채팅방에 올리는 바람에 변태로 낙인 찍힌 일도 있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 시절에도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잘못 보내는 실수가 생기면 당황스러웠는데, 훨씬 더 수다스러워진 스마트시대에는 실수 한 번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에 친숙한 대학생들 역시 단톡방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요즈음은 학과나 동아리별로 만들어지는 단톡방이 예전 ‘과방’이나 ‘동아리방’의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많은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 됐다. 그런만큼 한 번의 실수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학 축구 소모임 남학생 30여명은 단톡방에서 특정 여학생을 ‘위안부’에 비유하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여자 몇 명을 낚아서 해보자”는 등의 발언을 주고받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던 학생들 간 집단 성추행 사건 역시 남학생들 간 단톡방의 음담패설이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온라인 여성인권 피해의 개념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등 피해도 오프라인과 똑같이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무심코 보냈다가는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스마트시대에는 이른바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부로 퍼져나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각종 실수의 파급력도 과거보다 훨씬 크다”며 “개인들이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