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OOO 나오면 우리 애들 다 뺍니다.”
지난달 30일 일명 ‘JYJ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동방신기 출신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활동 중인 JYJ의 가요 등 각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이젠 가능해졌습니다.
JYJ법은 방송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특정 연예인의 프로그램을 출연을 막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말합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사업자의 임직원 이외의 자의 요청으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사람과, 방송사업자 이외의 자 사이의 가처분 결정, 확정판결, 조정, 중재 등의 취지에 위반해 방송프로 제작과 관계없는 사유로 방송프로에 출연하려는 사람을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방송사 TV 프로그램의 PD가 특정 연예인의 출연을 놓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제3자의 요청으로 출연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특정 연예인의 출연이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법이 금지한다는 겁니다. 위반할 경우 방송사는 시정명령을 받거나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드라마를 제외한 TV 프로그램 출연에 제약을 받으며 논란이 일었던 JYJ 사례를 통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연예인들의 보다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법적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방송사는 물론 기획사 관계자들은 이 법의 취지와는 별개로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 많습니다.
TV 프로그램의 출연자 결정은 연출을 맡은 PD의 고유 권한이기에, 법적 제제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JYJ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요구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OO 출연하면 우리 애들 다 출연 안 합니다.”,
과거 히트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지상파 방송사의 한 PD는 이 같이 말하며 “결국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의 판단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 당연히 PD들의 입장에서도 황당합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의 섭외와 방영을 놓고 기획사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한 마디로 ‘월권’이라는 거죠. 단호하게 거절하면 상대는 조금 숙여 “편집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최상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은 연출자의 입장에선 그 역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일입니다. “눈물을 머금고 들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누가 나오면,“우리 애들 앞으로 출연 안 한다”는 그 말 때문입니다. PD는 결국 대중이 더 원하는 쪽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특정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PD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내가 어느 쪽에 서야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지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부탁이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선택”이라는 설명입니다.
대중에게 더 사랑받고 인기가 많은 연예인 쪽으로 손이 가는 것은 생태계의 법칙입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SM, YG, JYP, FNC, 로엔 등 대형기획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상황에선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불가능할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대형기획사로 파괴력이 큰 스타들이 몰려있으니까요.
또한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특정 연예인의 출연을 강제로 막는 등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다 해도 법을 위반했다는 것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법으로 출연횟수를 보장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려운게 사실“이라는 겁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JYJ법’에 대해 한 마디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논리라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공을 놔둔다 해도 운동장이 기울어진 상태에선 아래쪽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제도와 시장 사이의 문제인데, 현재 만들어진 시장 자체가 공정하지 않으니 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약자를 보호해주자는 입법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실효성과는 별개로 JYJ법의 통과로 방송가와 연예기획사 간에 빚어진 일련의 논란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는 마련됐습니다. “법이라는 테두리가 만들어졌으니, 그래도 이전과 달리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쪽에서 유사사례가 생길 때 심정적으로 주의하고 조심하게 되지 않겠냐”는 반응입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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