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금융소비자 4명 중 1명은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최근 1년새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 부족에 따른 신용대출 비중은 20대가 가장 높았다. 미취학자녀가 있는 가구는 주거비, 취학자녀가 있는 가구는 교육비 마련이 신용대출을 받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변동금리 상품인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또 다른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 3분기말현재 금융권의 기타대출(신용대출ㆍ예금담보대출ㆍ주식담보대출) 잔액은 300조5177억원에 달한다. 기타대출 잔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07년 말 이후 처음으로, 최근 기타대출 잔액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보다 가파르다.
▶20대는 생활비가 없어서…결혼한 2050대는 주거비, 교육비 없어 대출받아= 8일 마케팅ㆍ여론조사 전문기관인 NICE알앤씨에 따르면 전체 금융소비자 중 25.5%가 최근 1년내 신용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16일부터 8월4일까지 전국의 만 20∼64세 금융거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령이나 결혼ㆍ자녀 유무에 따라 분류한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보면, 자녀가 초중고생인 2050세대의 최근 1년내 신용대출 경험이 32.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녀 초등입학전 2040세대가 29.6%, 자녀가 성인인 40대이상이 27.3% 순이었으며 20대 대학생도 8%나 됐다.
신용대출 이용목적(복수응답)은 ‘생활비’가 39.1%로 가장 많고 ▷기보유 대출 상환(19.4%)▷ 주택구입자금 마련(13.5%)▷내구재 구입(12.9%)▷사업자금 마련(11.9%)▷전세자금 마련(9.5%)▷부동산 구입(9.4%)▷자녀 교육비 마련(9.0%)▷주식 투자’(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분석해도 생활비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20대 대학생들의 경우 생활비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았다는 응답이 42.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본인 교육비 마련’(36.1%)이 뒤를 이었다.
미취학자녀를 둔 가구(자년 초등입학 전 2040세대)의 경우 주택구입(20.3%), 전세자금 마련(16.3%) 등 주택 마련 목적이 많았다. 초중고 자녀가 있는 경우는 자녀교육비 마련이 15.3%로 생활비(41.5%), 기보유대출 상환(21.1%)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주택담보대출 못지 않은 신용대출 빚 폭탄=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팽창하는 동안 신용대출도 이에 못지 않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며 빚내는 부담이 덜어지자, 은행권에서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늘려 온 영향이다.
은행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담대보다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대금리 판촉행사로 주거래 고객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이 300조5177억원을 기록했다.
기타대출 잔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2007년 말 이후 처음이다.
전체 가계대출(780조 5902억원) 중 38.5%에 달하는 액수다.기타대출엔 신용대출, 예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대출 상품이 포함된다.
최근 기타대출 잔액 증가세는 주담대보다 가파르다. 기타대출 잔액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15조2978억원 늘어 작년 말 대비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주택금융공사 안심전환대출 제외) 증가율 4.2%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기타대출에서 금리부담이 큰 제2금융권 비중도 증가일로다.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비중은 2011년 3분기 말에는 39.5%로 40%대에 못 미쳤으나 올 3분기 말에는 47.5%까지 늘어났다.
2금융권의 기타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은행 기타대출 금리보다 높아 원리금 상환에 따른 부담이 높다.
더구나 미국이 오는 15~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 금리도 이에 맞춰 오르게 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신용대출 비중이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최하위 20% 가구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비중은 29.9%로, 5년 전인 2010년(6.3%)에 비해 23.6%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최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6만 원이었다.
저소득층이 생활비 마련이나 부채 상환 등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회성으로 써버리는 대출금의 비중이 늘면서 저소득층의 소비성향도 떨어지고 있다.
최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2010년 118.2%에서 지난해 104.1%로 14.1%포인트 떨어졌다. 예전엔 100만원을 벌어 118만2000원을 지출했지만 이제는 소비지출이 14만1000원 줄였다는 뜻이다.
최하위 20% 가구가 돈을 빌리는 금융회사가 주로 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비제도권 금융회사라는 점에서 악성 가계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대출은 변동금리인데다 금리 수준이 높아 시중금리 인상 시에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크고 민감하다”며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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