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불편했던’ 정치적 관계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두 정치인의 껄끄러운 악연의 시작은 박 대통령의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YS는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박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로 지칭했다. YS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이면서 유신 정권에 칼날을 세웠다. 초산테러 위기와 의원직 제명 등 정치적 고난을 겪으면서 박 전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YS와 박 대통령의 악연은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8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99년 김대중(DJ) 정부의 박 전 대통령 재평가 작업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시국성명을 낸 것이 발단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5ㆍ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민주헌정을 중단시킨 박정희 씨를 찬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YS를 겨냥, “자신이 한 일은 옳고 다른 사람이 한 일은 모두 그르다는 반사회적 성격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사진=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사진=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헤럴드 DB]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YS는 당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에 대해 “사자가 아니다. 아주 칠푼이야” “박근혜는 별 것 아닐 것”이라는 등의 폭탄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또 1979년 10ㆍ26 사태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서거를 언급하면서 “박정희가 나를 국회의원에서 제명 안 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석에서는 “독재자의 딸이 또 대통령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역사의 흐름에 아주 맞지 않는다”는 원색적인 말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YS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차남 현철 씨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2012년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정점에 달했다.

2012년 8월 두 사람은 YS의 상도동 자택에서 만났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박 대통령 취임 이후 YS 서거 전까지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YS 집권 기간 때는 박 대통령이 야인으로 18년 동안의 긴 칩거 생활을 이어가던 때여서 두 사람이 특별히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한편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지난 23일 새벽 귀국한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곧 바로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헌화ㆍ묵념을 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 대통령은 7분여 동안 머물면서 차남 현철 씨 등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가족실로 이동해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박 대통령의 조문으로 두 사람의 불편했던 관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오후 국회의사당에 거행되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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