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전화·PC 등 실속형 저가제품 선호 한국 소비패턴도 日 잃어버린 20년과 유사 “가격대비 품질 좋다” SPA유니클로 돌풍도 먹고 즐기는 것 모두 집안서 해결도 늘어
한국경제는 1960년대 경제개발에 나선 이후 일본을 닮아왔다. 역대 정부나 기업들의 성장 전략도 ‘일본 추격’에 있다고 할 만큼 과거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듯한 징후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소비패턴에서도 장기불황에 진입한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장기불황기 히트상품의 변화를 보면 향후 한국에서 인기를 끌 상품을 내다볼 수 있고, 불황기에서의 성장과 쇠퇴 산업을 보면 한국산업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장기불황에서 살아남은 일본 기업의 특징’ 보고서를 보면 버블 붕괴 직후 저가제품 선호현상이 뚜렷했다.장기불황에 접어든 90년대 최고 인기상품은 1992년 책 ‘복합불황’을 시작으로 ▷1993년 자체브랜드(PB) 세제 ‘세이빙’ ▷1994년 벨기에산 저가맥주 ‘바겐브로’ㆍ저가격 PB 콜라 ▷1996년 저가 휴대전화 ▷1999년 저가격 PC 등으로 저가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00년대는100엔숍(진열된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100엔)에 사람들이 몰렸고, 제조유통일괄화(SPA)브랜드 유니클로, 평일 반값 햄버거들이 대표 히트제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SPA인 유니클로가 디플레이션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유니클로는 저가 의류지만 품질은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실속형 소비패턴과 맞물려 크게 도약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부 일본 기업은 장기불황에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의 특징은 ’고객 부가가치 제고와 브랜드 이미지의 유지’라는 목표 아래 글로벌 경영과 기술경영의 결합에 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도 불안정한 시기에 자사의 강점을 트렌드에 맞게 고도화하고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일상적인 경영의사 결정을 뛰어넘는 전략적인 경영 시스템 개선에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잃어버린 20년 속 히트상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저성장기 일본에선 PB 상품을 비롯한 저가 상품, ‘작은 사치감’을 안겨주는 값비싼 커피 따위의 위안 상품, 고령화에 따른 건강관리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 일본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인 상품은 절약 상품이다. 100엔샵, 맥도날드 80엔 버거, 값싼 소고기 덮밥 등이 인기를 끌었다. 고령화로 인해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연령층(20~64세)이 줄어 일반 맥주보다 세금이 적어 값이 싼 발포주가 인기를 끌었다. 또 절약에 지친 소비자들은 비싼 커피, 고급 조각 케이크 등 ‘작은 사치품’에서 위안을 얻기 시작했다. 니케이 트렌디 자료를 보면 1999년에 고급 카페, 2000년에 스타벅스 커피, 2003년에 고급 삼각김밥이 인기 상품 목록에 올라 있다.
먹는 것, 즐기는 것을 모두 집안에서 해결하는 이들도 늘었다. 2000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2, 2006년에는 닌텐도디에스(DS)가 큰 인기를 끌었고, 집에서 간단한 조리과정만 거쳐 음식을 완성하고 외식비를 줄이는 가정편의식이 이미 1992년에 인기상품 목록에 올랐다.
불황에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관련 상품은 잘 팔렸다. 1995년 건강보조제가 인기상품 반열에 올랐고, 1996년 무설탕 식품, 2005년에는 로하스, 2006년에는 대사증후군 대책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먹방방송이 유행하는 것은 1인가족의 증가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1인 가족관련 산업이 유망업종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본 장기 불황기 히트 상품목록을 통해 한국에서 전개될 장기 저성장ㆍ소비 위축 시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저가 상품과 생활에 필요한 소비재 이외는 모든 업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점을 감안, 각 기업마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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