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오모(29ㆍ여) 씨는 결혼 후 가사분담에 대해 남자친구와 설전을 벌이다 냉전 상태를 겪고 있다. 오 씨는 “결혼을 하더라도 직장생활을 할텐데, 무의식적으로 ‘네가 차려주는 아침 밥을 먹고 출근하면 참 좋겠다’, ‘애는 역시 엄마가 없으면 안 된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정이 뚝 떨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주변 기혼자들 얘길 들어보면 여자가 결혼하면 먹는 욕이 두 배라고 한다”며 “집안 일에 회사 일, 육아까지, 하는 일도 두배, 세배로 늘어나는데 굳이 결혼을 해야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고도 했다.
여성들의 결혼기피현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았던 결혼정보업체 가입자 수도 올해 처음으로 남녀회원 비율이 역전됐고, 급기야 여성 청소년들까지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은 “결혼이 주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은데 굳이 자발적으로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직장인 이미희(30ㆍ여ㆍ가명) 씨는 최근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았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이 씨가 대답을 유보한 이유는 다름아닌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 때문. 이 씨는 “남자친구도 나도 적잖은 나이라 결혼을 하면 애를 낳아야 할텐데 지금 그만두기엔 경력이 애매하다”면서 “좀 더 경력이 쌓이고 일에 확신이 생기면 결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실제 경력단절과 가사노동 등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을 꺼리는 미혼 여성들은 적잖다. 남녀 응답자 5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의 54.4%가 결혼이 직장생활과 취업 준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한 것. 이는 남성 79%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대답한 결과와 대조적이었다.
여성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점도 결혼기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7일 발표한 ‘2015 일ㆍ가정양립지표’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미혼 여성이나 사별ㆍ이혼을 겪은 여성의 노동시간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기준 기혼 여성은 하루 평균 4시간 19분을 가사노동에 할애했지만, 미혼 여성은 1시간 3분, 사별ㆍ이혼여성은 2시간 43분을 투자했다. 기혼남성과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컸다. 특히 기혼 남성의 경우 하루 가사노동시간이 여성의 절반도 채 못 미치는 50분이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만 놓고 봐도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2배 가량 길었다. 남성은 40분이었지만, 여성은 3시간 14분을 가사노동에 할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통적으로 여초(女超) 흐름이 두드러졌던 결혼정보업체 회원 수도 남초로 돌아서는 추세다. 2008년 이후 줄곧 남성 회원 수를 웃돌았던 국내 최대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여성 회원 수가 지난해 말 처음 남성 회원 수를 밑돈 것. 올해도 전체 회원의 51.3%가 남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여성 청소년들까지도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차우규 한국교원대 교수가 최근 중학교 1~3학년과 고등학교 1~2학년생 11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 특히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배 가까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안이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가 과거보다 상당부분 낮아진 상태”라며 “결혼이 내게 가져다주는 이점이 뭐냐고 물을 때 남성은 여전히 ‘많다’고 보고 있지만, 여성은 주변의 여러 사례를 접하며 ‘해도 좋을 게 없다’고 보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선 더이상 의식 교육만으론 부족하다”면서 “일하는 여성들, 엄마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정책이 나와야 다들 마음 편히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