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클래식 레코딩 전집 정도는 전례가 있었을까. TV 홈쇼핑에서 ‘신규 앨범’을 판매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뮤지션이 스튜디오에 나와 노래까지 부르면서. 게다가 뮤지션이 직접 재배한 귤도 같이 팔았다. 함께 쓴 동화책도 말이다.
가수 루시드폴(40ㆍ본명 조윤석)의 얘기다. 11일 새벽 2시,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처럼 보이는 방송이 CJ오쇼핑 채널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 방송으로 루시드폴은 홈쇼핑에 출연해 신규 앨범을 판매한 세계 최초의 가수가 됐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9분 만에 ‘CD+동화책+귤’ 세트가 매진돼 ‘완판남’에도 등극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만난 루시드폴은 이 신선한 시도에 대해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음악 말고도 다른 것도 드릴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탄생한 아이디어였다”라고 설명했다.
얼핏 들으면 ‘가나다’만큼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디지털 음원 시대의 ‘음반가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많이 들으시겠지만 ‘앨범을 만들었으니 사 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팬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앨범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콜렉션’같은 앨범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 음반시장은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와 싱글 발매 등의 영향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싱글들을 먼저 공개하고 한참 후에 이를 모아 정규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하지만, 소장가치에 반응하는 ‘골수팬’이나 음질을 중요시하는 ‘고급 귀’들만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같은 변화에 뮤지션들도 점차 양분돼 왔다. 기간이 오래 걸려도 8~10곡 이상씩을 담아 하나의 앨범을 발매하거나, 디지털 싱글을 자주 내는 뮤지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가수 윤종신은 2010년부터 매달 ‘월간(月刊)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로 신곡을 발표해 연말에 앨범으로 묶은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루시드폴은 현재까지는 ‘앨범형 가수’다. 인터뷰에서 그는 “뮤지션이 각자가 원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고 각자의 몫”이라며 “나는 싱글 단위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음반으로 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의미를 많이 잃어버린 CD라는 매체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시드폴은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우선은 가장 자신있는 것, ‘가장 좋은 음질로 녹음하는 것’을 택했다. 앞으로 발매하는 앨범에서도 가능한 한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할 생각을 하고 있다.
기상천외한 홈쇼핑 판매에,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루시드폴은 “아마 또 ‘이상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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