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후견인 필요여부 조사 후 후견인 결정 -사건 파급력 감안, 이례적 단독 아닌 합의부 배당 논의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 정신건강 이상을 이유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이 제기된 대 대해 법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우선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이 성년후견인이 필요한 상태인지 먼저 판단할 예정이다.

신 총괄회장 사건에서 법원이 후견 개시를 결정할지 여부는 롯데그룹 형제간의 경영권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만큼 큰 파급력을 지닌다.

만약 법원이 후견 개시를 결정하면 그가 더이상 자력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임을 법원이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우 ‘아버지(신 총괄회장)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하며 건강상태 이상설을 일체 부인해온 신동주 전 회장의 명분과 입지는 더욱 줄어들 공산이 크다. 만약 반대로 후견인이 필요없다고 결론다면 패색 짙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전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 신정숙(78) 씨는 지난 18일 오후 변호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판 청구소송을 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논란은 롯데그룹 형제간의 경영권 싸움 초기부터 그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2013년 7월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이전의 민법상 성년자를 위한 금치산ㆍ한정치산제도의 대안으로 나온 제도다. 중증 정신질환자뿐 아니라 건강이 좋지 않아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법적인 후견인을 정해 본인 대신 재산을 관리하고 치료, 요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이 성년후견제와 관련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국립중앙의료원에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설령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목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 측이 감정 절차 등을 막아서더라도 법원은 절차를 강행할 수 있다. 직권으로 가사조사관을 보내 신 총괄회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법원은 조사관의 현장 실사 보고서와 다른 증거들을 취합한 뒤 당사자를 법원으로 불러 심문기일을 열고 후견 개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법원에 후견제를 신청한 여동생 신정숙씨는 후견인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모두 지목했다.

법원이 신씨 집안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고려해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떨어진 제3의 인물을 후견인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원래 성년후견 지정 사건은 단독 판사가 전담하지만, 법원은 사건의 파급력 등 중요성을 감안해 세 명의 판사가 함께 심리하는 합의부 배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