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비리, 갑질이 여전하다. 24일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이런 공무원들을 두고도 지자체와 나라가 거덜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매년 이토록 잦은 감사를 벌이는데도 그때마다 기발하고도 뻔뻔한 비리사례들이 그렇게나 많이 적발되는지 신기할 정도다.
서울 은평구청의 한 직원은 제설장비 수리 등 2건의 계약(1090만 원)을 맺으며 자신이 수리한 몫(640만 원)을 포함시킨 후 나중에 돌려받아 챙겼다. 국방부는 한민고교의 기숙사 건립에 쓰라고 준 35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엉뚱한데 쓰고 기숙사를 ‘송파지역 군사시설 이전사업’에 포함시켜 이전 비용 잉여금 300억원으로 지었다. 군인도 아닌 학생들이 먹고 잠자는 건물을 군사시설로 둔갑시킨 기발한 편법이다.
더 기막힌 사례도 많다. 부산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직원은 공사발주업체 관계자에게 갑질을 하며 3년동안 5회에 걸쳐 620만원을 받아 적발됐고, 제주세무서 직원은 관내 회계사에게 1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해 놓고 감감 무소식이다. 차용증도 없었다니 그냥 먹겠다는 갑질에 다름 아니다. 칠곡군에서 불법 옹벽(높이 6~7m, 길이 100m)이 축조된 부지에 다가구 주택을 허가해주는 것도 모자라 옹벽이 일부 무너진 것을 확인하고도 준공해줬다. 왜 그리 했는지는 미루어짐작 가능한데 결과는 말 할 것도 없다. 옹벽이 계속 무너져 주민이 대피하는 등의 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공직사회의 3대 비위(非違)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지방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규칙’을 제정했다. 이제 직무와 관련돼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파면 또는 해임을 시키도록 했다. 수뢰 액수가 100만원 이하라도 금품을 먼저 요구했다면 같은 수준의 중징계를 받는다. 동료의 부패행위를 은폐한 공무원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도 들어갔다. 사실 지금까지 각 지자체는 연말이나 명절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며 요란하게 떠들어 놓고 실제로 적발이 되면 솜방망이 처벌을 해 왔다.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그것이었다.
최근 법원은 업무 연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원이 1천원 이상만 받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일명 박원순법)에 대해 반대하는 판결을 하고 있다. 징계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법’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서울시 공무원의 비리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듯 비리 공무원에겐 강한 처벌만이 비리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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