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트럭을 몰고 과일 행상을 하며 성실하게 삶을 꾸려온 50대 가장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자신의 트럭 안에서 소주 2병을 비우고 번개탄을 피운 채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한 지하철역 인근에 과일을 실은 채 주차된 화물트럭 안에서 A(53) 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져 있는 것을 인근 노점상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차 안에는 유서 대신 빈 소주병 2병만이 고인의 마지막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 놓여있었다.

신고자는 “A 씨가 원래 매일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며 “사흘이 지나도 똑같은 자리에 차가 세워져 있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에 안을 들여다보니 A 씨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A 씨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결혼 후 식당에 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해오던 A 씨는 벌이가 시원치 않자 10여년 전부터 트럭에 과일과 채소 등을 싣고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등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시작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 등을 오가며 물건을 떼 와서는 오전 2∼3시까지 장사하다 퇴근하는 날이 잦았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불경기 등으로 장사가 안 되면서 형편이 여의치 않아졌다. 사람들은 최 씨의 과일 트럭을 외면하고 인근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등지를 찾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열리는 장터를 주로 찾아다니면 괜찮을까 싶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트럭 기름 값이 더 들었고 장사를 하는 댓가로 아파트 관리소에 요금을 내는 것도 벅찼다.

외상으로 겨우 물건을 떼왔지만 그마저도 다 팔지 못해 썩어서 버리기 일쑤였다.

부인, 자녀와 함께 월세 단칸방에서 살았던 A 씨는 최근에 월세가 많이 밀려 집주인으로부터 독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차상위 계층에 속해 있었지만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느라 바빴고, 부인은 몸이 아파 미처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지도 못했다.

주변 상인들은 그가 평소 “장사가 너무 힘들다. 빚이 쌓여간다”며 생활고를 토로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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