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국제 원유 시장의 지분을 탈환하려는 이란과 이를 막으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이란이 원유를 증산하는 이른바 ‘석유 전쟁’에 불을 지피며 사우디를 위협하고 있다면, 사우디는 ‘경제 전쟁’으로 이란의 위협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양국의 이번 갈등 원인은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그 중 하나는 이란이 서방과 화해모드로 전환하며 국제 원유 시장에서 힘을 키워나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로 올해부터 국제 제재가 풀린 만큼 6개월 안에 산유량을 하루 100만배럴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에서 하루 50만~200만배럴 가량이 초과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00만 배럴이 남아돌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가운데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사우디는 이미 11년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유가로 인해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인 3670억 리얄(약 114조원)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한 상태다. 오일머니로 돈잔치를 벌여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누그러뜨려왔던 사우디 왕정으로서는 체제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사우디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시아파 성직자를 포함한 47명을 집단 사형하고, 이란과 단교에 나서 중동 정세를 불안에 빠뜨린 것은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우디는 이란이 벌이려 하는 ‘석유 전쟁’에 ‘경제 전쟁’으로 맞서 이란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4일 이란과 교역은 물론 항공편 운항까지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60) 왕자가 이란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한편, 사볼라 등 이란 내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 기업들도 지분 정리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에 이어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발표했던 바레인도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선언해 이란을 점점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봉쇄의 강도가 높아지자 이란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란 국영석유기업 NIOC의 모센 캄사리는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문가들은 이란이 석유 전쟁을 벌일 경우 얻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너지 관련 헤지펀드 업체인 어게인 캐피탈사의 파트너인 존 킬더프 분석가는 석유 전쟁은 사우디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 예상했다. 사우디는 이미 그간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은 반면, 이란은 그러한 기반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우디의 경제 봉쇄로 인해 이란이 완전히 백기를 들 것이라는 전망 역시 섣부르다.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각국 기업들이 이란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전 세계 가스매장량 1위, 원유매장량 4위의 ‘자원 부국’으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인구도 7700만명에 이른다. 리처드 헤이스팅스 시포트글로벌 증권 거시 투자전략가는 사우디가 원유 증산을 통해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겨도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를 막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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