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중국발(發) 악재 등으로 금융투자시장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정규거래시간 연장’ 카드를 내놔 관심이 쏠린다. 일종의 증시활성화 방안이라는 점에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기회 확대를 위한 주식매매 거래시간 30분 연장이 필요하다”며 사업 추진 취지를 밝혔다.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 카드를 다시 꺼낸 건 2년 만이다.
현재 한국의 증시 매매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이다. 8시간인 싱가포르와 8시간30분인 독일ㆍ영국에 비해 2~3시간이 짧다. 거래소 관계자는 “짧은 거래시간은 매매기회를 제약하고 최신정보 반영 시점을 다음날로 지연시켜 가격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또 “개장시간을 연장하면 국내 증시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도 내놨다. 최근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금융시장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들 국가와의 증시 개장시간이 중첩돼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하지만 실효성을 놓고선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현재 위축된 투자심리를 자극, 거래량ㆍ거래대금을 확대하는데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입장이 있는가 하면, 시장 활성화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상황’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거래시간 연장이 ‘긍정적인 이슈’라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데 있어 해외투자자들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고, 국내투자자들에게는 거래 기회가 늘어나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관련 업계에서는 주식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할 경우 거래량이 8%대의 증가율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호가 시간인 오전8~9시와 오후2시50분~3시를 제외, 전체 접속매매 구간을 30분 단위로 쪼개보면 전체 거래량의 약 8% 수준에 해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래량 증가는 거래대금 증가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 8조8750억원을 기준으로, 하루 7100억원의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 연간으로는 180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을 통한 거래대금 증가가 ‘반짝 효과’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간’보다는 ‘주가 상승 모멘텀’이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란 논리에서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2000년5월 전장ㆍ후장의 구분을 없애며 한 달 만에 일평균 거래량이 100% 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그해 12월, 거래량은 다시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거래대금은 45조6800억원에서 27조4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거래 시간을 늘린 경험이 있는 해외국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3월 거래시간을 1시간 연장한 홍콩의 경우, 연장 후 거래대금이 연장 전 한 달간에 비해 45%가 증가했다. 그러나 거래시간 연장 후 1년간 거래대금을 비교하면 18%가 줄어들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거래 편의성이 제고돼 단기간에 거래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그 시장에 충분한 투자기회가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 확대를 장담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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