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금융권 여풍당당…다시 높아진 유리천장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은행권에서 거셌던 ‘여풍(女風)’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3년 최초 여성행장(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탄생하면서 유리천장에 금이 가는(?) 듯 했지만, 정권 중반이 지난 최근 인사에서 여성 임원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올해 5대 은행(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에서 여성 임원 승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서 이달 초순까지 진행된 은행권 인사에서 여성 임원은 거의 종적을 감췄다.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 간부는 극히 일부였고, 그마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성 임원들은 대거 물갈이됐다.

권미희 부산은행 남부영업본부장(상무급)과 김혜경 은행연합회 상무를 제외하곤 이번인사에서 임원이 된 여성 간부는 찾기 어려웠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임원 승진자 45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NH농협은행과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지금까지 단 한명의 여성임원도 배출하지 않았다.

전무보다 한단계 높은 부행장급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현재 은행권에서 여성부행장은 손에 꼽힌다.

5대 은행(46명) 중에는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유일하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리스크관리담당에서 여신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범위를 은행권 전체로 확대해도 김성미 IBK기업은행 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정도다.

기존의 여성 임원들은 사라졌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통합 KEB하나은행에서 김덕자 전무와 최동숙 전무가 퇴임한데 이어 천경미 전무까지 물러나게 됐다. 전무급 이상 임원이 전멸한 셈이다.

행장과 감사를 제외하고 총 67명이 임원 중 상무급(본부장)만 3명이 남았다.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은 퇴임했고 김옥정 우리은행 부행장은 우리PE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11개 시중은행 및 특수은행의 ‘남녀 임직원 성비 및 평균연봉’ 자료에 따르면 11개 은행 임원 총 304명 중 여성은 단 20명(6.6%)에 불과했다.

은행권 직원 절반이 여성이지만, 임원이 되는 여성은 극소수인 셈이다.

이마저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2%대로 추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권의 여풍(女風)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 7월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여금넷) 10주년 기념행사에 축전을 보내 “앞으로 섬세하고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여성들이 금융 발전에 큰 기여와 활약을 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여성 최초의 은행장이 등장했고, 당시 5대 은행 중 한 명도 없던 여성 임원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감소세가 뚜렷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성 대통령 시대에 발맞춰, 그동안 유리천장으로 승진에 불이익이 있었던 여성들이 기회를 많이 얻을 것으로 전망됐고, 진전도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풍이 식어버린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