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인사들과 만나 “왜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느냐”고 물으면 구구절절히 대는 이유 끝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힘’이 나온다. ‘청와대’가 나온다. ‘권력자’가 나온다. 청와대가 100을 요구하고 야당이 반대하면, 여당이 중간에서 70이나 80을 만들어내는 게 ‘정치’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말한 “당과 청은 두 개의 수레바퀴라 생각한다”는 말의 핵심일 터다. 하지만 비박계 의원들의 말을 들으면 수레바퀴 한쪽은 묶여 있는 꼴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틀째 ‘권력자’ 발언을 이어가며 당과 청이 계속 대립하는 모양새다. 2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서청원 의원은 “최근 김무성 대표가 권력자 발언을 해서, 왜 이런 얘기를 해서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했다. 김태호 의원도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이 희화화되고 있다”며 “집권 여당이 왜 이리 정제되지 못하고 투박하고…”라고 김 대표의 발언을 겨냥했다. 비박과 친박간의 대립, 박 대통령과 김 대표와의 갈등,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갈수록 볼썽 사납다. 그렇지 않아도 쟁점법안 처리 논의 과정에서 당청 관계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비박은 당청 라인의 정보에서 소외되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 ‘친박’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게 핵심이었다. 친박계 의원들이 김 대표를 제치고 국회의장실 문을 두드려 직접 직권상정을 요구했다는 말도 돌았다. 현기환 수석이 국회의장에게 직접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얘기가 나왔다. 노동 5개법 중 4개법 우선 처리 입장도 김 대표 모르게 청와대와 친박 원유철 원내대표 사이에서만 공유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청와대는 친박과만 ‘통’하고, 비박은 ‘권력자’ 탓만 하는 꼴이다. 그러는 동안 국회의 수레바퀴만 공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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