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1987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국내에 수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수입차 시장이 개방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빗장이 풀린 첫 해 판매량은 단 1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은 해를 넘길수록 덩치를 키우며 첫 수입이후 10년만인 1996년 1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에는 10만대 벽을 돌파했다.
강산이 세번 바뀌면서 사치, 부의 상징 등으로 여겨지던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했다.
아직 국산차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에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가격대비 성능이나 개성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수입차의 경계는 무너진지 오래다. 수입차 업계는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고 여겨졌던 정비, 수리 등 서비스 체계도 해마다 강화해 수입차 선택의 폭을 넓혔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은 총 132만6776대. 그중 수입차는 24만3900대로 15.53%의 점유율을 보였다. 도로에 들어선 차 100대중 15대는 수입차라는 뜻이다.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는 다름아닌 BMW. 4만7877대를 팔아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4만6994대를 기록한 메르세데스 벤츠였다. 두 브랜드의 점유율 격차는 2014년 2.53%포인트에서 지난해 0.36%포인트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수성’의 BMW와 ‘공성’의 메르세데스 벤츠 간 올해 판매량 1위 쟁탈전에 수입차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뒤로는 폴크스바겐 3만5778대(14.67%), 아우디 3만2538대(13.34%), 포드 1만358대(4.25%) 등의 순이었다.
판매 브랜드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독일차는 전체 수입차의 68%에 달하는 16만7043대가 팔렸다. 특히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산 차량의 총 판매량은 수입차 80%에 해당하는 19만7000여대로 집계됐다.
2000년대 중반 30%대의 국내 수입차 판매 점유율을 자랑하던 일본차는 글로벌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에 반해 국내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차는 2014년 2만2042대 판매에 이어 지난해 2만4093대로 판매량이 소폭 상승했지만, 점유율은 1.8%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이 확대된 것과 비교할 때 준수한 성적으로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연료별로 본 수입차 시장은 디젤차량이 ‘대세’였다. 지난해 디젤차는 16만7925대가 팔리며 전체 수입차의 68.8%를 차지했다. 가솔린차는 6만5722대였다.
디젤 차량의 뛰어난 연비와 더불어 정숙성ㆍ안정감에 매료된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것은 친환경차 판매 증가량이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하이브리차는 전년대비 26% 증가한 9786대가 팔렸고, 전기차는 같은 기간 151%가 늘어난 467대가 팔리며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는 폴크스바겐과 BMW가 각각 3종의 차량이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폴스크바겐은 1위 ‘티구안 2.0’(9467대)을 비롯해 ‘골프 2.0’(6212대)가 4위, ‘파사트 2.0’(4793대)이 8위에 올랐다.
아우디의 ‘A6 35 TDI’는 7049를 판매해 2위에 올랐고, BMW의 ‘520d’는 6640대가 팔려 3위를 차지했다. 4793대가 팔린 렉서스 ‘ES300d’는 7위에 올라 일본차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