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난다는 오랜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한국의 빅맥지수도 3.59(4300원)로, 1년 전(3.78)에 비해 0.19 포인트 하락하는 등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지만, 수출은 같은 기간 18.5%나 급감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통상적인 ‘달러화대비 환율 상승-수출 증가’의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
1980년부터 2014년 사이 60개국 상황을 분석해 무역 상대국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10%정도 절하되면 장기적으로는 GDP의 1.5% 정도의 순수출 증진 효과가 있다고 한 IMF의 분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을 보면 빅맥지수 비교시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폭이 2013년 20%에서 올해 1월 36.7%까지 커졌지만 수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 수출이 엔화 약세로 기대됐던 수준보다 오히려 20% 줄었다고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해 1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유로화 약세를 유도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빨리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깨진 가장 큰 이유는 수출관련 제조업체들이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늘어난 탓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자국통화 약세에도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 확산을 꼽았다. 원부자재를 자국에서 충당하는 경우에는 수출가격 하락만 신경쓰면 됐지만 이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에는 수입 가격 인상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가 세계 공급망과 교역흐름을 분석한 결과 각국의 수출제품에서 해외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증했다.
한국의 경우 1995년 22.4%에서 2011년 41.6%로 높아졌으며 스위스도 1995년 17.5%에서 2011년 21.7%로 늘었다.
예전에는 통화가치가 떨어질 경우 수출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부품 수입가 인상이라는 복병이 생겨 온전히 수출증가 효과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수출증가에 대한 통화 약세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40%정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우리 나라 역시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는 더욱 절하됐지만 수출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월 수출은 367억 달러에 그치며 전년동기대비 18.5%나 급감했다. 2009년 8월(-20.9%) 이후 6년 5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여기에는 최근 깨진 수출과 환율의 상관관계 뿐만 아니라 엔화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기재부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엔화 약세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 부총리는 “원론적으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촉진되는 게 맞지만 엔화가 절하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그로 인해 달러ㆍ원 환율 상승만 갖고 수출이 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가 달러 대비로는 약세지만, 유로나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상대적인 절하폭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수출 감소폭이 커진 건 유가하락 영향이 컸다.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의 수출 하락세를 가장 크게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1월 45.8달러에서 올해 1월 26.9달러로 반토막 나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 단가가 급락했다. 이로 인해 두 품목에서만 수출 감소분이 16억 달러나 됐다.
실제로도 유가하락을 제외하면 수출감소폭은 줄어든다.
지난해 한해 수출은 전년대비 7.9% 감소했지만 유가 하락 영향을 빼고 계산하면 감소폭은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16.9%인 지난해 수입 감소폭도 유가 영향만 없었다면 -6.6%로 크게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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