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허구 깨우쳐준 황장엽 前비서 천진난만한 북한 아이들 가장 기억남아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를 비롯해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 26년 간 굵직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꼽았다.
둘의 인연은 2002년 황 전 비서가 유 수석부의장의 부탁으로 고려대 북한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맺어졌다. 황 전 비서는 약 2년 동안 학생들에게 북한 주체사상에 대한 오해와 주사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 그리고 북한 엘리트 집단의 실상 등을 소상하게 가르쳤다. 황 전 비서 역시 훗날 학생들에게 강의한 것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을 정도였다. 유 수석부의장은 “당시 황 전 비서는 대외활동을 못할 때였다”면서 “경호에 어려움이 있어 학교가 아닌 교회에서 강의를 해야 했지만 아주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수석부의장은 또 북한에서 만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04년 백두산 시범관광의 일환으로 방북했을 때 그는 창광유치원을 찾았다. 사상교육이 철저하고 통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유치원이다.
그곳에서 그는 귀여운 한 아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보여줬다. 자기 얼굴이 바로 화면에 나오는 게 신기했던 아이는 깜짝 놀랐고 너도나도 유 수석부의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선생님의 통제도 아이들의 호기심 앞엔 무용지물이었다. “선생님이 제지하려니깐 아이들이 ‘선생님도 찍어보시라요’하면서 들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주체사상이 강해도 동심이나 사람의 인정은 다 똑같다는 걸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 수석부의장은 “그런 기회가 계속됐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2차 정상회담 직후 금강산을 찾았다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일은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일행 중 한 명의 가벼운 농담에 북측이 ‘공화국 비하’라며 고압적으로 나온 것이다. 유 수석부의장은 “그렇게 친절하던 지배인과 종업원이 갑자기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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