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최근 기업인 때리기에 나서면서 경제활력법안은 무조건 재벌특혜라고 보는 당내강경파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향해서는 ” 정치권 난립 관행 및 문화의 완전 퇴출을 말했는데, 이것은 운동권 중심이 된 기존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와 무책임한 행보를 비판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창당 축하와 국정 협조의 당부를 보냈다. 정치권에선 “김종인은 때리고, 안철수는 감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10일엔 김 대표가 김종인 위원장의 말을 모처럼 두둔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전방부대를 방문해 언젠간 북한체제가 궤멸될 것이라고 한 말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한술 더떠 김 위원장의발언이 여야간 대북 입장차가 해소된 “역사적 발언”이라고까지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김 위원장의 이른바 ‘북한궤멸론’을 두고 “발언의 진위를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에 따른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사드 배치 검토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이 ‘북풍’이 덮친 총선 정국에서 판을 뒤흔들고 있다. 여야의 ‘중도이념층 쟁탈전’과 북풍이 맞물리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가 3당 체제의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여야의 이념지형도 ‘혼전세’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겸임하면서 사실상 당대표로서 취임한 후 첫 작품은 지난달 29일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에 관한 여야 합의를 거절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쟁점법안 처리와 본회의 소집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손을 잡고 더민주만 독자 노선을 걷는 모양새가 됐다. 결국 지난 4일 3당이모두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에서 원샷법을 통과시켰지만, 선거구획정안 처리 일정에 대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약속’을 이끌어냈다. 쟁점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론을 불거질 수 있었지만, 한편에선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엔 ‘북한 와해론’과 ‘북체제 궤멸론’으로 또 한번 판을 주도했다.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보수 진영의 논리와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새누리당보다 대북 이슈를 선점했다. 이 때문에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정략적인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민주의 대북관 및 대북정책과는 배치됐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당내 이견은 돌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보수 외연을 넓히고, 더민주의 공식입장으로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지지층 이탈을 방지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더민주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로부터 이어온 햇볕정책 기조를 고수하며 사드 배치에 대해선 신중론, 개성 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선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대놓고 ‘깎아내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두고 “시장의 정의와 사회적 정의를 구분 지을 줄 모른다” “경제를 몰라서 누가 용어를 가르쳐주니 ‘공정성장’ 얘기를 하는 것” “내가 그 사람하고 많이 이야기를 해 봐서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걸 잘 안다” “어떤 때에는 자신이 버니 샌더스라고 했다가 어떤 때에는 스티브 잡스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그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11일 논평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인격을 깎아내린 발언에는 제1야당 최고 지도자의 품위도, 원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다”며 “김종인 위원장의 자숙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쟁점법안 처리와 경제정책을 두고는 새누리당과 대립하며 제 1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북한 궤멸론으로는 북풍 이슈를 선점하며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흔들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안철수 대표와 공정성장론 깎아내리기로 ‘경제민주화’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여야의 중도쟁탈전과 이념지형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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