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지난해 영화 ‘암살’을 계기로 남자현 열사를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새 국정 역사 교과서에 이들의 공적이 실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중ㆍ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여성 항일 운동사를 기술한 부분은 ‘전무’하다시피 한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내용을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상교육 교과서엔 유관순 열사 외에 한일투쟁에 앞선 여성 운동가에 대한 기술은 거의 없다. 1910년대 항일 민족 운동을 소개한 부분에서 ‘여성들이 주축이 돼 송죽회 등 항일 활동을 벌여나갔다’는 언급이 전부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일제 강점기 민족 운동사를 기술한 마지막 부분 ‘더 알아보기’ 코너에서 여성 투쟁사를 간략히 다뤘다. 민족 운동가의 아내라는 시각이라서 ‘반쪽 평가’라는 지적을 받는다.
당시 서양화가 나혜석, 소프라노 윤심덕 등 ‘신여성’의 삶을 별도로 다룬 교과서는 더러 있지만, 시대 변화상과 함께 남성중심 체제를 흔든 여성운동을 다룬 것이어서 순수 항일운동사적 기술과는 차이가 있다. 또 안중근, 윤봉길 등 수많은 남성 투사들의 활약이 상세히 서술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와중에 여성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교과서 등장인물도 풍부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영화 암살의 흥행이 한몫했다.
남자현(1872~1933) 열사는 영화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실제 모델이다. 1932년 만주사변 진상조사를 위한 국제연맹 조사단이 만주를 방문하자 손가락을 잘라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이란 혈서를 써 전달해 ‘여자 안중근’으로도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공적을 인정해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기도 했지만 현 역사교과서엔 이런 기록이 없다.
이를 두고 정부는 집필 중인 새 국정 역사교과서에 남 열사의 위국헌신 정신을 소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선조의 빛나는 항일 운동 성과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친일ㆍ독재 미화 의도를 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일축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이후 새로운 시각에서 항일운동사 기술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교육계 안팎에서 형성됐다. 특히 ‘여성 독립운동사 교과서 기술 촉구’ 운동을 전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김희선 회장은 “많은 여성 운동가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 인식이 아직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을 교과서에 싣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문을 조만간 채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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