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낮 농담이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가 ‘슈퍼 화요일’ 승리로 백악관 입성이 가시권내에 들면서 미국 사회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라면 테러 방지를 위해 고문이 부활할 수 있다. 중국 수입품에는 45%의 폭탄관세가 붙어 ‘made in china’는 값비싼 물건이 된다. 멕시코 국경에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은 전면 금지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세상이다. 이에 미국에선 트럼프를 피해 캐나다로 이민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꿔놓을 세상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①거대한 장벽=‘트럼프 대통령’을 실감할 수 있는 상징물은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막을 거대한 장벽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멕시코 이주민들을 마약 범죄자, 강간범 등으로 비하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장벽의 비용을 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멕시코 정부는 그럴뜻이 없다고 밝혔다. CNN은 결국 미국 국고에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될 사업인 까닭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②유전 폭파…푸틴과 친구?=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180도 바뀔 게 뻔하다.

트럼프는 IS가 차지한 지역의 유전을 폭파해 돈줄을 끊는 것이 IS의 혼줄을 뺄 비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시리아 정부에 IS 퇴치전을 위임하겠다며 시리아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입장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바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기존 정책과는 전혀 다른 버전이다. 현재 미국 대선 경선 후보들 중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지원을 찬성하는 후보는 트럼프밖에 없다.

③ 테러와의 전쟁…물고문의 부활=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용의자들에 대한 고문도 부활할 수 있다. 그는 “물고문이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다”며 “고문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9ㆍ11테러가 발생한 뒤 대테러 정보수집을 위해 체포한 알카에다 요원들을 가혹하게 고문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후인 2009년 이런 고문이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보고 고문을 동반한 정보수집 기법을 금지했다.

이와 함게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도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IS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모병을 위한 선전도구가 된다며 임기 내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감시설을 존치하고 수감자 규모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④중국과의 무역분쟁…45% 폭탄 관세=트럼프는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교역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그의 분노는 상당하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45%의 폭탄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한바 있다.

CNBC 방송은 이와 관련 트럼프가 극단적인 이민, 관세장벽, 군사화, 지적재산권 보호 등으로 오히려 미국 경제에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가 통상정책으로 이어지면 스타벅스, 제너럴일렉트릭과 같은 미국의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거대한 중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미국 업체가 생산하는 생필품에 등을 돌리면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⑤내정 간섭? 불간섭?=트럼프는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침공 때도 찬성의 목소리를 냈으나, 이라크전이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시작됐다는 비판이 일자 최근 입장을 바꿨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경제, 군사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 내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⑥동맹국이 무임승차하고 있다…한국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가=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으로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그동안 한국, 독일, 사우디를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에 힘입어 공짜로 안보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특히 “우리가 미치광이(북한)와 한국 사이의 경계에 2만8000명의 미군을 두고 보호하는데 그들은 ‘껌값’만 주고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정면 거론했다. 미국의 사실 검증사이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한국은 미군 주둔에 대한 방위비분담금으로 연간 8억 달러(약 9800억원) 이상을 주고 있으며 이는 미국 부담금의 30%를 넘는다.

트럼프는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그래도 껌값”이라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되풀이했다.

⑦트럼프 피해 캐나다 이민?=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에 실망한 미국 유권자들이 구글 검색창에 캐나다 이주를 문의한 질문 횟수가 크게 늘었다. ‘캐나다로 이주하는 방법’, ‘어떻게 캐나다로 이주할 수 있는가’, ‘캐나다 이주’ 등 단어만 약간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을 묻는 검색 내용이 1일 밤부터 크게 늘었다고 타임은 소개했다.

디지털 매체인 매셔블이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7개 주에서 승리해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에 더욱 가까워진 2일 자정 현재 ‘어떻게 캐나다로 이주할 수 있는가’라는 검색어는 무려 1150%나 증가했다. 평소 진보적인 성향을 띤 매사추세츠 주의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최종 승리하자, 캐나다 이주를 찾아본 이 지역 주민의 구글 검색 횟수가 어느 지역보다 많았다고 매셔블은 소개했다.

타임은 아예 ‘트럼프 대통령’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민 과정을 인터넷판 기사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케이프 브레턴섬의 디스크 자키인 로브 캘러브리즈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가정해 미국민의 이주를 유혹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웹사이트에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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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