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디지털 음원시대에 LP의 부흥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돌 그룹, 인디신의 인기 가수는 물론 시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가수들의 LP 발매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음원 시대에 난데없는 ‘역습’이다.
LP의 부활은 비단 국내에서 빚어진 현상은 아니다. 미국 음반 판매 집계 회사인 닐슨사운드스캔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LP 판매량은 약 1200만장으로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러니다. 모바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오다 보니 소장가치가 큰 LP의 부흥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LP의 부흥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먼저 “디지털 음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아날로그 정서, 복고 열풍의 부활”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현철 이소라, 고(故) 김현식 김광석 신해철 등 1980~1990년대 가수들의 음반을 LP로 재발매해왔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시대가 디지털화가 된다 해도 원초적인 그리움과 정서는 변하지 않기 때문”(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이다.
최근 아이돌을 비롯한 인기 가수들이 LP를 발매하고, 팬들이 이를 구입하는 이유는 또 다르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정규4집 ‘솔 쿡’(Soul Cooke)의 한정판 LP를 888장 발매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선 LP 제작 공장이 없어 일본, 영국, 독일 등 해외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역시 독일 업체와 한정판 LP를 공들여 제작해 팬들 앞에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이전에 빅뱅 지드래곤의 솔로 2집 ‘쿠데타’(COUP D‘ETAT) LP는 한정판 8888장을 발매, 예약 오픈 하루만에 완판 신화를 썼고, 아이돌그룹 인피니트가 지난해 말 1집 ’파라다이스‘(Paradise)와 2집 ’비 백‘(Be Back)을 1만 장씩 한정판 LP를 발매했다. 가왕 조용필 역시 19집 ’헬로(hello)‘ LP를 내놨으며, 파스텔 뮤직 소속의 루시아와 에피톤 프로젝트 역시 각자의 앨범을 LP로 발매했다.
파스텔 뮤직 관계자는 “LP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선 약 6개월에 달하는 시간 동안 해외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다”라며 “이러한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LP를 발매하는 이유는 ’LP 고유의 상징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뮤지션으로서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전략”(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의 일환이다.
아이돌 그룹 LP의 경우 음질을 향상시킨 리마스터링을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미공개 사진 등을 넣어 일련번호까지 매기는 사례도 많다. “‘한정판’으로서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최규성 평론가는 설명한다.
한 대형 음반사 관계자는 “요즘 10~20대 소비자들은 턴테이블(축음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장하기 위해 LP를 구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쁘고 화려한 디자인, 좋아하는 뮤지션의 화보 등이 포함되고, 기존 앨범에는 담기지 않은 곡까지 포함되니 소장 욕구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도 모르고 아티스트에 대해 알지도 못 하지만 디자인 때문에 해외 팝스타의 LP를 구입하는 10대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패키지를 자랑한 제이미 XX(엑스 엑스)의 LP가 팔려나간 것과 같은 사례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LP를 소장하는 것을 ‘힙스터의 상징’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규성 평론가는 “아이돌 팬덤 안에서도 LP 소장으로 경쟁을 벌인다”며 “LP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소위 잘 나가고 앞서가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몇 십 만원에 달해도 예약 단계에서 품절 사례가 빚어진다. 가요기획사 입장에선 소량으로 제작한 스페셜 에디션의 형태로 고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국내 LP 시장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평균 3~4만원대에서 LP를 내놓는다. 다만 ‘한정판’ 패키지로 발매되면 수십만원대로 가격이 뛴다. 재테크 수단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중고 인터넷 시장에서 국내 가수들의 LP는 30만원대까지 팔리기도 한다. 아이유의 ‘꽃갈피’ LP는 인터넷 중고 시장에서 낮게는 10만원대 초반~3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성악가로 알려진 윤심덕(1897~1926)의 ‘사의 찬미’ 유성기(축음기)초반의 경우 야후재팬 온라인 경매에서 550만 엔(수수료 포함 6080만원)에 낙찰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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