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은 끝났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이제 시작이다. 일상생활과 경제패턴의 변화를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를 신성장동력화 하기 위한 투자에 나설 때이기도 하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 바둑대결을 지켜본 경제전문가들은 AI의 무한진화 가능성에 대한 충격과 두려움을 넘어 이제 차분하게 AI에 대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확대해 이를 신성장동력과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넘보는 AI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이로 인한 혜택을 기업은 물론 근로자 등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ㆍ경제시스템이 필요하며, 노동과 교육개혁을 통해 이를 선도할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충격을 첨단산업 투자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경제전문가들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AI의 가능성과 새로운 첨단산업의 가능성을 전국민이 충격적으로 확인한 지금이야말로 AI에 대한 R&D와 산업화 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글이 6000억원에 알파고를 인수해 이번에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는데 한국의 삼성전자가 인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번 바둑대결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도 관련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의 학과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기존 연구소도 첨단산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R&D 투자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산업은 빅데이터를 확보해 알고리즘을 구축하면 순환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쉽지 않다”며 “온 국민이 집단적 충격을 받은 지금이 관련 산업을 육성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장면. 이번 역사적 바둑대결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의 계기로 삼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헤럴드경제 DB]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장면. 이번 역사적 바둑대결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의 계기로 삼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헤럴드경제 DB]

◆한참 뒤떨어진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AI산업은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어 세계 각국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IDC는 세계 AI 시장이 작년에 1270억달러(150조9400억원)에 달했고, 내년에는 1650억달러(196조1000억원)로 매년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지식노동을 대체하면서 생기는 파급효과가 2025년에 6조7000억달러(약 79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인공지능이 경제ㆍ산업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적용분야도 제조업의 지능형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팩토리는 물론 의료, 금융, 지능형 교육, 지능형 서비스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능형 감시ㆍ교통제어 시스템, 음성ㆍ영상 인식과 자동번역 등에도 관련 기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와 기술은 한참 뒤져 있다. 가장 앞선 미국을 100으로 놓고 볼 때 한국은 75% 수준으로 평가된다. 유럽이나 일본은 미국의 90% 안팎으로 평가된다. 미국과의 기술격차 기간은 AI 소프트웨어가 2년, 응용소프트웨어는 2.3년으로 추산된다.

중국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AI소프트웨어에선 기술격차가 0.3년 정도에 불과하고, 응용소프트웨어는 오히려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6~2013년 사이 AI논문수는 중국이 7만개로 가장 많고 한국은 1만1000개로 이의 7분의1 수준이다.

장우석 연구위원은 “AI 기술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선도적 노력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R&D 전략을 마련하고 산학연 협력연구 등 과감한 투자와 이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진보에 맞춰 노동시장ㆍ교육시스템 바꿔야=AI를 신성장동력화하려면 기존 일자리에 대한 위협 등 첨단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감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등 혜택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난달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AI 등 기술발전으로 앞으로 20년 이내에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기술혁신으로 미래엔 5%의 노동력만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정전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기술진보가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빈부격차 확대의 80%가 기술진보로 설명될 정도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AI산업이 성장하고 보편화하면 그 폐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며 “노동시장과 교육시스템의 변화, 국민들의 인식 제고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위협은 AI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어떻게 소유하고 활용해 사회적 풍요를 확산하는 데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혁명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사회ㆍ경제시스템과 노동ㆍ교육 분야의 대책에 대해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김정식 교수는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산업화하면 노동구조가 많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새롭게 성장하는 첨단산업으로 노동인력을 돌리거나 직업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실업을 줄이고 학제개편 등을 통해 관련인력을 양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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