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모범규준 유명무실임기만료 사외이사들 연임행렬교수 편중·낙하산 논란도 여전
지배구조 모범규준 유명무실 임기만료 사외이사들 연임행렬 교수 편중·낙하산 논란도 여전
지난 2014년 ‘KB내분사태’를 계기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역할 강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2년도 채 안돼 유명무실해졌다.
규준은 사외이사의 임기와 구성 방향 등을 제시했지만 금융사들이 의무가 아닌 권고를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금융사들의 주주총회가 대거 예고된 가운데 임기만료된 사외이사의 연임 행렬과 교수에 치중된 사외이사 구성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사외이사의 권한을 확대키로 한 가운데, 자칫 거수기 역할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외이사 줄줄이 연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ㆍKBㆍ하나ㆍ농협금융과 우리은행 등 5대 금융사의 사외이사는 37명으로 이 가운데 26명(70.3%)이 이달 임기가 끝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4년 11월 내놓은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제20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중 5분의 1내외(20%내외)에 해당하는 수를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통상 2년의 임기가 보장되며, 이후 1년씩 연임이 가능하고 최장 5년까지다. 하지만 올해 신한ㆍKB 등 대다수 금융사들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와 달리 줄줄이 사외이사 연임을 선택했다.
신한금융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7명명의 사외이사 중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경 변호사 등 3명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안을 의결한다. 신한금융은 연임 외에 3명의 신임 사외이사 추천으로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25%(5분의 1 내외)를 새로 뽑는 모범규준은 지켰지만, 새로 추천된 이정일 후보(평천상사(주) 대표이사)는 과거 3년 간(2011.3월~2014.3월)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1년만에 사외이사로 복귀하는 셈이다.
KB금융은 25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7명 전원의 유임안을 상정한다. 이는 모범규범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내놓은 쇄신개선안과도 상충된다.
KB금융은 2014년 주전산기 교체로 촉발된 지주 회장과 은행장과의 경영권 갈등을 겪은 이후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평가에 따라 연임을 제한하도록 자체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날 주주총회를 여는 하나금융은 5명의 사외이사 중 권영준 전 한국선물학회 회장, 김주성 전 코오롱그룹 부회장,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기정 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 위원 등 4명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줄줄이 연임이 결정된 데는 CEO들의 임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금융지주와 은행 CEO의 임기가 올해 만료돼 이들의 선출권을 가진 사외이사를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동우 신한금융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임기는 내년 말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연임 우선권 등 연임을 위한 사전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후계 구도 구축에 나서야 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사외이사진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교수 치중도 여전…기업ㆍ농협銀은 여전히 낙하산 천국= 교수 일색의 사외이사 구성도 변함이 없다.
대다수 신임 사외이사가 교수일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전체 사외이사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하현(연세대 교수), 김우찬(변호사) 박순애(서울대 교수), 유승원(고려대 교수)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4명 중 3명이 현직 대학 교수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3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주성, 권영준(경희대 교수), 정영록(서울대 교수), 한기정 사외이사(서울대 교수) 등 임기만료된 4인을 재선임했다.
역시 재선임된 사외이사 4인 중 3명이 현직 교수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9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한상만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학장, 한상용 창의ICT 공과대 학장, 안병찬 명지대 객원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전원 교수라는 점과 한상만, 한상용 후보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권오규 한국씨티은행 이사회 의장과 같은 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낙하산 꽂기 행태도 여전하다.
주로 IBK기업ㆍ우리ㆍNH농협금융 등 준정부기관이나 정부 입김에 약한 은행들이 주 타깃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이용근 전 금융감독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NH농협금융이 지난해 새로 영입한 사외이사 2명도 관료 출신이다. 전홍렬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민상기 사외이사는 기재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우리은행의 홍일화, 천혜숙 사외이사는 정치권과 연관이 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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