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살인사건 누명을 썼던 지적장애 노숙인이 거액의 형사보상금을 사기당했다. ‘사기꾼’은 변호사 사무실을 소개해 함께 방문한 뒤 돈이 나오자 챙겨 달아났다. 형사보상을 청구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지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명을 벗겨준 변호사와 형사보상 청구 변호사가 서로 달라 일이 꼬였다.
2007년 수원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 누명을 쓰고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았던 정모(37)씨.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를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는 형사보상청구에 앞서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려 했다. 지적장애를 갖고 노숙생활을 하던 정씨에게 큰 돈이 쥐어지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정씨에게 사기꾼 홍씨가 붙었다. 홍씨의 꾀임에 정씨가 넘어갔다. 정씨는 왜 자기 돈을 다른 사람이 관리하게 하는지 화가 났다.
모 지방변호사회 회장 A변호사는 홍씨가 소개시켜줬다. 박 변호사가 받아 낸 무죄 확정 관련 서류를 A변호사가 냈다. 형사보상청구 재판은 서류상으로만 이뤄진다.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재판부는 전후사정을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2015년 1월 서울고법은 1642일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하루당 8만원씩 계산했다. 형사보상금 1억 316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A변호사는 “정씨가 지적장애가 조금 있긴 하지만 본인 의사는 다 표현을 했다”며 “정씨의 계좌로 내가 형사보상금을 넣어줬고, 돈을 받아간 뒤로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홍씨에게 형사보상금을 각종 경비 명목으로 전부 뜯겼다. 한동안 대전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함께 살인사건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정씨의 지인은 “지난해 8월 대전에서 봤을 때 행색이 말도 아니였다”며 정씨의 당시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정씨는 최근에야 서울로 올라왔다. 정씨는 “박 변호사를 볼 낯이 없어 수원을 방문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막노동을 나가며 생활하고 있다.
한편 A변호사는 사기꾼 홍씨와 원래 아는 사이였는지, 수임료는 어느정도나 수수했으며 홍씨와 정씨가 어떤 관계인지 알았는지 묻는 질문에 “굳이 그것에 답해야 하냐”며 취재를 거부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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