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저물어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자존심을 낮추고 ‘실리’를 택했다.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혹시나 했던 ‘깜짝쇼’ 대신, 보급형 아이폰과 후속 아이패드 프로 등 예상된 라인업을 그대로 선보였다. 또, 4인치 ‘아이폰 SE’를 프리미엄 아이폰 6s 대비 250달러나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미디어 데이를 열고 4인치 ‘아이폰 SE’를 비롯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아이폰 SE는 A9 칩과 M9 모션 코프로세서를 탑재, 아이폰 6s와 같은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LTE 속도는 아이폰 5s에 비해 50% 이상 빨라졌고, 그래픽처리장치(GPU)는 2배 이상의 성능을 자랑한다. 배터리 성능도 아이폰 5s보다 소폭 개선됐고, 애플페이, 터치ID,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 등을 지원한다. 가격은 16GB 모델이 399달러(46만2000원), 64GB 모델이 499달러(57만8000원)다. 아이폰 SE는 한눈에 봐도 2013년 출시된 아이폰 5s와 닮았다.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했던 4인치 아이폰의 맥을 잇는 제품이다. 4인치 크기를 가져가면서도 디자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었지만, 애플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기존 디자인에서 개선점을 찾지 못했다기 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아이폰SE는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6s에 비해 절반 가까이 낮은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64GB 모델 판매가는 499달러로, 2년 약정 가입 시 월 17달러에 구매 가능하다. 아이폰6s(월 27달러) 및 아이폰6S플러스(월 31달러)와 비교했을 때, 프리미엄 라인업의 약 55~60% 가량 수준인 셈이다. 앞서 아이폰 5C는 고사양 제품이 아님에도 프리미엄 라인업과 한화로 약 10만 원 정도의 가격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이 같은 가격 정책은 판매고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은 지난해 4분기 판매 증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올해는 아이폰의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이 가운데 애플은 주력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공백기에, 아이폰 SE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충성 고객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 제품들의 공세로 형성된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 전문가들은 4인치 아이폰이 아이폰6와 6S 제품 만큼의 매출을 올리진 못하겠지만, 전통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봄·여름 시즌의 판매 부진을 만회할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플은 기존 제품을 활용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가격 인하 정책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스마트시계인 ‘애플 워치’의 최저 가격을 349달러(40만4000원)에서 299달러(34만6000원)로 50달러 인하했다. 또,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공개와 함께 기존 모델인 2013년형 아이패드 에어, 2013년형 아이패드 미니 2의 가격을 각각 100달러씩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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