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교양 1번지’ 책 소개 프로그램이 달라졌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자체 진화다. ‘탈(脫) 전문가’, ‘탈(脫) 교양’을 선언, 새로운 ‘북방(BOOK+방송)’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터넷, 모바일 환경의 영향 때문”(‘TV 책-김창완과 책읽기’ 조정훈 프로듀서)이라는 분석이 많다. 책도 읽지 않고, TV도 보지 않는 ‘모바일 시대’에 TV가 책을 다루려면 진화가 필요하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존재의의, 목적성만 가진 채 TV가 책을 소개하기 보다는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개편 6주차에 접어든 ‘TV책’은 평론가 등 전문가 패널 대신 일반인 독서가를 등장시켜 그들의 ‘책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포맷을 바꿨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조정훈 프로듀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비난하거나 전문가들의 비평과 감상을 통해 책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되기 보다는 시청자와 공감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자 새단장했다”고 말했다. ‘독서의 시대’를 불러오기 위해 ‘쌍방향 소통’을 목표로 삼았다.
‘TV 책’는 MC 김창완과 5~7명의 일반인 독서단이 정해진 주제의 특정 책을 읽고 느낀 소감 등을 시청자와 공유한다. 제작진은 일주일 내내 일반인 독자들을 찾기에 분주하다. “주제와 관련한 사람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찾는다. 블로그, SNS 등 인터넷에서부터 무작정 거리로 나서 찾기도 한다. 누구나가 주인공이 되는 ‘독서 프로그램’인 셈이다.
전문가 패널 대신 일반인 출연자를 등장시킨 것은 TV라는 매체의 일방성을 버리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 조정훈 프로듀서는 “기존엔 독서모임을 진행하거나 책에 정통한 사람, 독서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돼왔다”며 “독서를 하는 층은 어떤 책이든 그것에 대한 비평과 2차 정보까지 잘 찾아낸다. 여러 이유로 책을 멀리하게 된 사람들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비평가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이기때문에 일방성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지만 평범한 독자그룹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일반인 독서가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와 가장 가까운 일반인 독서가를 통해 ‘책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TV 콘텐츠의 달라진 트렌드를 보여준다. 전문가 비평 시대는 이미 영화업계에서 무너졌다. 자신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조언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눈높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 역시 “도서 관련 프로그램엔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평범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일상적인 부분에서 눈높이를 맞춘다는 점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전문가의 발언’은 팁의 형식으로 구성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그간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상관없는 책이라는 거부감을 보완하는 접근방식”이라고 평가했다.
OtvN ‘비밀독서단’이 보여준 ‘북방’의 새로운 진화는 ‘교양의 예능화’라는 데에 있다.
프로그램은 독서광 오상진과 개그우먼 송은이 김숙을 필두로 기자, 평론가, 작가 등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뤘다.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OOO이 읽는 책 TOP 100’을 조사해, 일부 책을 소개하고 한줄평을 전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예능 채널에서 30~50대를 겨냥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책읽기의 예능화’가 통했다. 책에 대한 정보를 1차적으로 제공한 뒤, 특정집단이 이 책을 읽는 이유를 패널들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사소한 농담과 감상평이 오가는 출연자들의 ‘입담’도 볼 만하다. ‘교양의 하이브리드화’를 선언한 대표주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책에 대한 접근을 달리한 프로그램”이라며 “정보와 지식 충족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방식의 접근으로 교양과 예능 통합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영역의 파괴’는 이 프로그램이 뻔한 책 읽기를 다뤘으면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며 숱한 ‘미디어셀러’를 내놓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시청자들의 TV 소비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사는 시청자들은 더이상 TV를 시간 떼우기의 용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TV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길 바라는 시대다. ‘쿡방’과 ‘집방’의 유행은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쿡방’은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 레시피를 얻을 수 있다는 데에서, ‘집방’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인테리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시청자에게 통했다.
CJ E&M표 ‘북방’은 정보 제공에 예능을 강화했다는 점이 살아나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지적 만족감’을 채워주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비밀독서단’과 같이 교양과 예능의 통합, 다큐와 예능의 퓨전이 방송의 미래이며, 스낵컬쳐로 소비할 수 있는 교양을 통한 정보의 재미가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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