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투표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 고용주에게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실제 집행 건수는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부족도 한 이유이지만, 투표 참여 때문에 회사를 신고할 순 없다는 ‘을(乙)’의 부담감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7일 헤럴드경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14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과태료 부과가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실제 고용주에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선거법에는 종업원이 고용주에게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고, 청구가 있으면 고용주는 투표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고용주는 종업원이 이 같은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거일 전 7일부터 홈페이지, 사보, 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주도록 명시돼 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는 여기에 제재조항이 추가됐다(261조). 이를 어길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중앙선관위 측은 “기존엔 선언적으로 투표 시간 보장을 규정했다면, 이젠 과태료 부과 조항이 신설돼 유권자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첫 적용한 이후 지금까지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가 없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이를 어긴 사례가 없기 때문도 아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 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총선 날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출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종업원 수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재직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사전투표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집행건수 0건’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신고 절차는 이렇다. 우선 종업원은 회사에 투표시간 보장을 청구하고, 이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관위에 신고하는 식이다. 종업원으로선 회사에 투표시간 보장을 청구하는 것도 부담일 뿐더러, 과태료 부과를 목표로 선관위에 회사를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표’의 가치가 소중하더라도, 이 같은 부담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총선 날 출근 예정이라는 권모(36ㆍ직장인)는 “과태료 부과 조항을 처음 들었지만, 그렇다고 어느 직원이 신고할 수 있겠느냐. 투표 하나 때문에 회사에 찍힐 순 없다”고 했다.
결국, 고용주의 자발적인 의식변화가 해법이지만, 여전히 현실은 요원하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오는 13일에도 투표소 대신 회사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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