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서울의 다른 지역의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에 숨 죽이던 부동산 시장이 강남 재건축 ‘호재’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54% 상승했다. 전주 매매가 변동률(0.14%)을 크게 웃돌았다.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는 0.03% 올랐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0.83% 오른 것을 비롯해 ▷서초구 0.29% ▷송파구 0.33% ▷강동구 0.52% 등으로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재건축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상승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위기를 달구는 건 강남구 개포동 주공 아파트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36㎡은 7억6000만~7억700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전용 42~43㎡ 매물의 매도호가는 8억5000만원 수준이다. 최근 한달 사이 호가가 1억원 가량 치솟았다.
집주인들이 이처럼 거침없이 호가를 높여 부르는 데에는 지난달 일반분양에 돌입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아파트의 전용 81㎡ 분양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3.3㎡당 분양가는 4000만원대로 책정됐다.
개포1단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는 “개포1단지와 3단지의 일반분양가 1단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현재 매매가로 매입한 뒤 추가분담금을 내더라도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의 차익이 생긴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솔깃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에 일반분양이 예정된 개포주공3단지도 분양가가 3.3㎡당 평균 4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이 단지에 최초로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THE H)’를 적용할 예정이다.
강동구와 송파구의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매수세가 커지면서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 전용 83㎡는 최근 8억6500만원에 실거래된 사례가 나오며 3월 초에 비해 거래가격 수준이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3월 이후로 거래가 빗발치며 거래 가격이 전용 112㎡ 기준 한달 전보다 최대 5000~6000만원 올랐다. 이곳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새 조합장이 선출되며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거래량이 늘었다.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그 동안 답보상태에 빠졌던 압구정아파트지구 정비계획안도 4ㆍ13 총선 이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울 한남뉴타운과 강ㆍ남북 간 ‘부촌(富村) 지도’가 새로 그려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초엔 주택시장이 잔뜩 움츠려 들었으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다만 이 분위기가 침체된 일반 아파트 매매시장까지 번질지는 전세시장, 금리 등 변수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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