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당초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한달이 다되도록 139만4000계좌 수준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까다로운 가입조건, 너무 긴 유지기간이 ISA의 저변 확대를 가로막는 문제점이라 지적한다. 또 저금리, 고령화 사회에서 ‘저축’보다는 ‘투자’를 위주로 하는 금융 마인드가 필요하지만 아직 일반인들 사이에선 안정성을 선호하는 심리가 남아 있는 것도 ISA 흥행에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꼽힌다.

ISA 가입과 관련해 가장 큰 장벽으로 지적되는 것은 긴 유지기간이다. 소득이 빠듯한 서민들이 5년간 자금이 묶여있는 ISA 계좌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SA에 편입된 상품의 이자수익에 대해 최대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지만 2년마다 전세ㆍ월세를 갱신하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서민들이 5년이나 돈을 묵혀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월 소득 150만 원 미만 가구의 44.8%, 월 소득 150만∼300만 원 미만 가구의 25.3%가 적자 가구다. ISA를 통한 재산 불리기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가고 서민들은 금융사들의 ‘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금리ㆍ고령화 사회에서는 ‘저축’보다 ‘투자’로 금융상품에 대한 인식이 전환돼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전환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일본에 도입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의 경우 예ㆍ적금 편입이 안되고 상장주식, 공모펀드등 투자상품만 담을 수 있는 투자상품에 가깝다. 우리 금융당국 역시 예ㆍ적금에 쏠려 있는 국민들의 자산을 주식ㆍ펀드등 투자상품으로 돌려 우리 경제에 자금순환을 원할하게 하기 위한 취지에서 ISA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간의 가입 상황을 살펴보면 예ㆍ적금등 편입비율이 높고 안정적인 신탁형 ISA에 전체의 98%이상(137만4000여명)이 몰려 있는 반면 투자 성격에 가까운 일임형에는 2만명(1.5%)이 가입한 게 고작이다. 금액으로 봐도 총 8763억원의 ISA 가입금액중 신탁형 비중이 98.2%(8610억)에 달한다. 국민들은 ISA를 투자 상품이라기 보다는 저축상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낮고 은퇴후 생활은 길어지면서 있는 돈을 굴려 노후에 대비하는 ‘투자’에 국민들의 관심이 옮겨가야 하는데 아직도 국민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중”이라며 “투자 마인드가 확립되야 노후도 대비하고 일임형 ISA에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데 아직은 요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