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글로벌 경기 침체 회복의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핵협상이 타결된 후, 올 1월 이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경제제재가 상당 부분 해제되면서 이란은 침체된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존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겐 북한과 더불어 핵무기 개발 문제를 일으킨 나라, 미국이 지정한 ‘악의 축’ 국가 이미지가 더 강했던 이란은 사실 중동 제2의 경제대국이다. 한반도의 7.5배에 달하는 영토는 걸프협력회의(GCC),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와도 연결되는 지리적 요충지다. 또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2위 등 방대한 천연자원과 함께 약 8200만 명의 풍부한 노동력과 큰 소비시장도 갖고 있다. 특히 인구의 약 60%가 30세 이하로 젊은 나라이자 생산가능인구 역시 중동지역에서 가장 많은 역동적인 나라다.

이런 잠재력을 가진 이란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올해 초 이란투자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약 9개월 동안에만 48개국에서 3763명의 경제계 인사가 이란을 방문했다. 핵협상 타결이 임박했을 당시부터 이미 국제사회는 시장 선점을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란에 수출 중인 우리 기업들의 80.1%는 제재 해제 후 현지시장 확대를 기대하면서도 중국, EU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재 해제 직후, 외국정상 최초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이란을 방문해 고속철도, 원전 등의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일본 역시 이란과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신용융자를 제공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푸조, 르노 등 유럽의 유수 자동차 회사들은 이란 기업과의 합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제재가 풀리지 않은 미국의 보잉사도 미 재무부의 판매허가를 얻어 이란과 항공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말 이란 총선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 중도ㆍ개혁파가 승리해 향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 확대를 통해 원유 및 가스 등 에너지 산업과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제재 동안에 이란 정부는 경제적 자립을 촉진하는 저항경제(Economy of resistance)를 천명하며 비에너지분야 산업 육성을 위해 제조업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6월에 발표한 5개년 국가개발계획(2016~2021)에서도 저항경제의 지속을 내세우며 연간 8%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이에 따라 이제는 이란을 단순한 상품 수출시장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의 기술과 자본, 이란의 노동력을 결합해 의료ㆍ소비재ㆍ인프라 등 이란이 꼭 필요로 하는 분야에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란을 통해 중동, 중앙아, 서남아 등 주변국까지 시장을 확대한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지기업과의 합작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의 마련도 필요하다. 드라마 대장금, 주몽 등의 인기와 프리미엄 제품 등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사업기회 확대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kushnameh)’에는 이란과 한국의 오랜 인연이 담겨 있다. 멸망한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족이 중국을 거쳐 신라에 망명한 뒤 신라 공주와 혼인,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왕자가 귀국해 폭군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제재 기간에도 우리 기업들은 이란을 떠나지 않고 협력의 연결고리를 지켰다. 내달 초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우리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이란을 공식 방문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번 대통령 방문으로 이란 리스크와 기업들의 수출대금 결제 문제 등 애로사항들이 해결되고 양국 간 신뢰 구축 및 우호 증진이 더욱 확대되는 ‘아름다운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이재출 한국무역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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