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찬반투표 부결 속 정부 기관중 53곳만 합의·의결 구조조정에 밀려 추진동력도 ‘뚝’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의 시발점이 될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가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 부결되는 등 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정부는 이달까지 금융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도입, 연내 민간 금융회사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에, 최근 금융권 이슈까지 기업 구조조정에 쏠리면서 추진동력 역시 확연히 떨어진 모습이다.
민간 금융사들도 관망하는 눈치여서 연내 전 금융권 확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성과연봉제 확대 대상인 정부 소속 공공기관 120곳 중 성과연봉제 이행을 위해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곳은 53곳(44%)이다. 대부분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이다. 특히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공공기관 중에선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유일하다.
예보 노사는 지난달 29일 기존 임금체계를 성과연봉제로 개편하기로 합의, 내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예보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소속이 아니라 노사가 개별 노사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나머지 8개 금융공기업들은 갈 길이 멀다. 논의는 커녕 갈수록 성과연봉제 반대 목소리는 갈수록 결집되는 형국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이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 부결됐다. 이에 김재천 주금공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홍영만 캠코 사장은 노조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발 당하는 등 노사간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역시 노조 반대로 성과주의 도입이 난망한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성과 평가방식에 대해 외부업체에 의뢰해 둔 단계로 아직 협상안이 마련되지 않아 노사 간 합의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 노조도 사측과 개별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과주의 도입이 힘든 상태다.
현재로선 예탁결제원만 예보처럼 비금융노조 소속이라 협상 가능성이 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대다수 금융 공기업들의 성과주의 도입은 더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여기에 최근 노조 측이 정치권과 연대하고 있어 성과연봉제 도입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 이슈에 성과연봉제 이슈가 묻혔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갑자기 이슈가 노동개혁에서 구조조정으로 바뀌다보니 당초 5월까지 금융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들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중은행들의 도입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실적을 어떻게 정량화해서 평가할 지가 관건”이라며 “워낙 노조의 반발이 격렬한 만큼 먼저 움직이기보다 금융공기업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지난달 2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 조정은 신청 이후 15일 동안 진행되며, 이 안에 당사자 합의에 이르면 단체 협약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중노위가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해 무산될 경우 노조 측은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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