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보관 선반 ‘워크인쿨러’ 등 편의점 설치 필수품이지만 고가 중고물품시장서 활발하게 거래 전체 편의점 수 작년 2984개 증가 하루평균 8개 꼴로 늘어나는 셈

유통업계에서 편의점만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빠르게 사라지는 편의점 매장들도 늘고 있다. 편의점들이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는 사이 포화상태에 달한 편의점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한 점주들의 폐점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덕분에 ‘편의점 중고물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눈물의 폐점’과 ‘개점의 기대’ 사이에 재미를 보고 있는 건 이들 중고 편의점 집기를 파는 업체이다.

지난해 편의점 3사의 영업이익은 모두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BGF리테일의 영업이익은 1836억원으로 전년대비 47.9% 성장했다. GS25의 영업이익은 70%가 뛰어 올해 1835억원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460억원으로 전년대비 21.7% 증가했다.

13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중고 물품은 주로 지역 단위로 거래되며, 서울 근교에는 7~8개 정도의 편의점 중고 물품업체가 영업 중이다. 각 지역마다 1개 이상의 편의점 중고물품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한 달에 집기를 넣는 개업 편의점은 약 10개 남짓이다.

개점만큼이나 폐점이 늘면서 수요와 공급이 원활해진 편의점 중고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편의점 중고물품업체 ‘영암냉동’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업체를 찾았다”며 “월 평균 7개의 신규 편의점 오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매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인 ‘미래냉동’ 관계자도 “올해 벌써 편의점 10곳에 물건을 납품했다”며 “우리는 편의점만 취급하는 게 아닌데, 편의점 업종 개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개인간 중고거래도 활발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중고거래 전문카페인 ‘중고나라’에는 하루에 1개 이상의 편의점 물품이 올라온다. 냉동업 전문지인 ‘냉동공조신문’의 자유게시판에도 편의점 물품을 중고로 사고 팔기 위한 글이 한 주에 평균 5개 정도 올라온다. 지난 8일 ‘수원 광교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이라며 글을 올린 네티즌은 “올 8월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문을 닫는다”며 “3년 사용한 시설과 장비를 판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주로 거래되는 물품은 냉동식품과 냉장식품을 보관하는 선반인 ‘워크인쿨러’, ‘오픈쇼케이스’다. 영암냉동 관계자는 “이들 제품은 제법 고가이지만 편의점에서 꼭 필요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중고시장 매물은 대부분 폐점한 편의점에서 나온다. 편의점 중고집기 시장에는 개점을 위한 수요만큼이나 공급도 꾸준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품 매수를) 우리 쪽에서 먼저 요청하기도 하지만, 점주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편의점 중고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편의점업계 종사자들은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중고 매물 증가’는 곧 ‘폐점 증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전국편의점 가맹점 사업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간 GS는 500개에서 1000개, 세븐일레븐은 800개에서 1000개, CU는 500개 정도 폐점했다”며 “미니스톱과 위드미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점주들의 폐점이 이어지는 상황”라고 말했다. 협회 고문역을 맡고 있는 이준임 점주는 “현재 편의점 업계는 돈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매장이 늘어갈 때마다 매출은 그만큼 준다고 보면 된다”며 “업계는 과포화 상태인데, 편의점 수는 계속 늘어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편의점산업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편의점 개수는 2만9004개로 2014년보다 2984개 증가했다.

편의점 점주들의 불안감은 두 자릿수 고공성장 속에서도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GS편의점 점주들의 모임 대표는 “아무래도 3000만~5000만원의 소자본으로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 보니, 힘들단 소리가 들려도 계속 창업하는 것 같다”며 “본사가 돈을 벌면 점주들은 굶주릴 수밖에 없다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