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거래소가 오는 8월1일부터 주식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박스피(박스+코스피) 탈출, 중화권 증시와의 중첩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높여 해외 시장으로 유출되는 투자자금을 최소화하고, 저금리 기조로 투자처를 잃은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을 위해 공을 더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거래시간이 연장돼 중국증시와의 접점이 넓어지면 중국발(發) 각종 악재에 더 쉽게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거래량 최소 3%, 최대 8% 증가…‘증시부양’=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지난 2011년 6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에는 4~5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거래소는 거래시간이 30분 늘어나면 거래량이 적게는 3%, 많게는 8%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600억~6800억원 수준이다.

거래량ㆍ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해외사례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2011년3월 거래시간을 연장한 홍콩의 거래대금은 연장 한달 전보다 45% 늘었다. 싱가포르와 인도도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한달 뒤 거래대금이 각각 41%, 17% 증가했다.

동시에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면서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래소 측은 “코스피가 오랜 기간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이 낮아져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주식 직접투자에 나서는 실정”이라며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증시침체 국면의 돌파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의 매매 마감시간을 중국ㆍ홍콩 등 중화권 증시와 맞춰 투자자의 불편을 해소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특히 중국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중국 증시와 장 마감 시간차를 좁히면 2%에 달하는 가격 괴리율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중화권 시장과 장 마감시간 차이를 좁히면 글로벌투자자가 한ㆍ중간 연계거래를 보다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내 중국 비중은 올 2월 24.3%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증시와의 연계성을 높여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흐름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박스피 탈출의 근본 해결책 아냐…노조간 갈등도 여전=일각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이 박스피 탈출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ㆍ싱가포르ㆍ인도의 경우 거래시간을 연장한 당월ㆍ전월 비 평균 34%의 거래대금 증가가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거래시간 연장은 투자자 편의 향상은 맞지만 그 이상의 동인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짝 늘어난 거래량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화권 증시와 강한 동조현상을 보이는 한국 증시가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화권 시장정보의 신속한 시장 반영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는 중국ㆍ홍콩발 악재를 우리 증시가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코스피ㆍ상해종합지수간 상관계수는 0.7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싼 거래소 노사간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일부 업무 지연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장 종료 후 시간외시장을 30분 단축해 총 거래시간은 종전대로 유지되므로 노무 부담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거래시간 연장은 당초 정책목표인 MSCI의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이 되지 못하고 단지 증권 노동자의 근로여건 악화만 가져올 뿐”이라고 맞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증권업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구성원간의 동의가 이뤄져야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각종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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