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2%대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9회차에서 평균 8%(닐슨코리아 집계)를 넘었다.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이다. 오랜만에 ‘로코(로맨틱코미디)’ 광풍이 불고 있다.
‘또 오해영’은 예쁘고 잘난 동명이인으로 인해 학창시절 일생일대의 트라우마를 안게 된 평범한 서른두 살 오해영(서현진)의 현실적인 이야기다.
사실 대단히 참신한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드라마는 아니다. 익히 봐왔던 ‘츤데레(모두에겐 까칠해도 나에게만 잘해주는 남자)’ 매력의 남자 주인공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짠한 매력이 넘치는 여주인공, 쉴 틈 없이 웃음을 주는 조연 캐릭터의 조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남자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일부 드라마에선 병력이 될 수도 있다) 등 최근 안방을 찾은 로맨틱코미디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젠 그 기본 공식이 ‘성공법칙’이 됐다.
▶ 현실공감형 에피소드= ‘또 오해영’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여주인공의 상황 설정과 에피소드에 있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동명이인 콘셉트는 대단히 참신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작된 한 사람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풀어낸다는 점이 ‘또 오해영’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학창시절 ‘그냥’ 오해영은 번번히 ‘예쁜’ 오해영과 비교당했다. “나대면 더 비교당하니” 죽은 듯이 살았다.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돌아보면 늘 ‘예쁜’ 오해영을 부르는 사람들. 동명이인으로 인해 자신의 삶 안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오해영은 트라우마를 안고 성장해 대기업 대리로 살아간다. 직장생활은 마녀같은 상사 덕에 만만치 않고, 연애는 꼬일 대로 꼬여 결혼식 전날 차여버리는 비극도 맞는다. 파란만장해 보이는 여주인공의 일상은 사실 누구라도 감정이입하기엔 무리가 없는 평범한 보통여자의 삶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이 드라마는 단순 로맨스에 묶이는 것이 아닌 잘난 사람에 의해 그늘질 수 밖에 없던 설움을 겪은 오해영이라는 인물이 적나라하게 토로하는 에피소드를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다”며 “진정성 있고 공감 가능한 에피소드의 구성을 통해 오해영이라는 인물의 상황들을 절절하게 들어오게 한 것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 망가지니 예쁘다=‘로코’의 기본은 망가진 여주인공이다. ‘그냥’ 오해영을 연기하는 서현진은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연기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실연의 아픔을 잊으려 탱고 음악에 맞춰 능청스럽게 춤을 추고, 완전히 혀가 풀려 고주망태가 된다. 쌍코피는 기본에 보정 속옷이 툭 튀어나오는 망신살도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치마는 속옷 안으로 말려들어가니 이쯤하면 시트콤이 따로 없다.
서현진은 과장된 날들을 사는 ‘그냥’ 오해영을 지극히 현실적인 연기로 담백하게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송현욱 감독은 “서현진씨가 너무 예쁜 사람이라 캐릭터 콘셉트를 잡을 때 못생김을 꾸며야 하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간 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서현진은 여배우로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주변인물을 살려라= ‘또 오해영’엔 독특한 주변인물들이 저마다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드라마 안에서 살아 숨쉰다.
남자 주인공 박도경의 누나이자 여주인공 오해영의 직장 상사인 박수경(예지원)의 개릭터가 대표적이다. 박수경은 회사에선 대기업 이사이지만 집안에선 술주정뱅이 노처녀 누다다. 대장증후근에 시달리는 워커홀릭 마녀 상사는 알고 보면 유부남 연인과의 교제로 매일밤 술에 취해야만 하루를 넘길 수 있는 캐릭터다.
오해영의 어머니인 황덕이(김미경)는 자신의 딸을 “우리가 감당못할 미친년”이라고 부르지만 누구보다 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캐릭터로 드라마에서 그 어떤 배우들 못지 않게 존재감이 강력하다.
박도경의 친구인 이진상을 비롯해 동생인 박훈, 어머니 허지야까지 이 드라마는 놀랍게도 조연들에게 각자의 스토리를 부여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대개의 드라마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또 오해영’은 자기 사연을 가진 조연들의 캐릭터가 살아있다”며 “어떤 인물을 서포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사연을 가진 인물이 절묘하게 자리하며 캐릭터 창출에 성공했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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