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여야 3당 사이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탓이다. 그리고 협치를 대치로 바꾼 뇌관은 결국 19대 임기 말 국회법 개정안(이른바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정국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갑윤 새누리당 전국위의장은 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국회의장을 해야 된다, 안 해도 된다 별 이론이 없었다”면서 “19대 임기 말 정부가 상시청문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렇게 하다가 야당이 국회의장을 하면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2년 동안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뜻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고집하게 됐다고 밝혔다. 2당이 된 뒤 의장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던 새누리당이 강하게 의장을 사수하게 된 계기가 상시청문회법 사태라는 것이다.
‘3당 협치’를 외치던 야권이 ‘국회의장 자율표결 강행’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청와대의 상시청문회법 거부권에 대한 ‘강대 강’ 대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회동에서 국회의장단 선출을 자율투표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3당 원 구성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법제사법위원장을 과감하게 양보한다”고 선언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은 즉각 “우 원내대표의 꼼수”라며 “지난달 30일 협상에서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고 정무ㆍ운영위원장을 달라고 한 얘기는 쏙 빼놓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우 원내대표는 3일 “총선에서 패배한 집권당의 협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여야 3당은 20대를 개원하며 ‘민생 현안’과 ‘정치적 쟁점’을 투트랙(Two Track)으로 운영해 오는 9일 법정 시한까지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결국 상시청문회법 통과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사수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에 두 야당은 자율투표 합의로 대응하면서 원 구성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벌이는 감정 싸움이 극에 달해 법정 시한에 원 구성이 완료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문제는 거부권 정국의 갈등이 모조리 원 구성 협상으로 옮겨붙으면서 정작 상시청문회법의 법리 논쟁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19대 국회 임기 이틀을 앞두고 거부권을 행사하자 새누리당은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 더민주ㆍ국민의당은 “20대 국회가 재의결 또는 재발의”를 주장했다. 학계 주장도 분분한 가운데 국회사무처는 여야 간 합의를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지지만 여야가 국회의장직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건 수싸움에 골몰하면서 상시청문회법에 관한 법리 논쟁은 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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