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엿새간의 방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지지율 변화와 호감도 상승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역풍이라 할만한 논란이 오히려 컸다. 그 사이에 새누리당은 웃었다. 핵심은 ‘대권행보’다.
반 총장의 방한 전후 그가 포함된 다자간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총 12건 중 8건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4건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방한 전후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 반 총장은 방한 전 여론조사에선 총 6건 중 4건에서 1위를 했고, 문 전대표가 2건에서 1위를 했는데, 방한 후에도 똑같았다. 여론조사를 3번 실시하면 2번은 반 총장이, 1번은 문재인 전대표가 이기는 결과가 반복된 것이다.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양자간 지지율 격차도 방한 후 다소 벌어졌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국내외 모두에서 반총장의 대권행보에 대한 반론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디오피니언ㆍ내일신문 여론조사(5월 31일 실시)에서는 반 총장의 방한 행보에 대해 ‘유엔사무총장 직분에 안어울린다’(44.4%)는 부정 의견이 ‘대선주자로서 당연한 행보’(44%)라는 긍정 반응이 팽팽했다. 중앙일보조사연구팀 조사(5월 27~28일)에서는 반 총장 방한 후 “이전보다 싫어졌다”(28.8%)는 대답(28.8%)이 “이전보다 좋아졌다”(19.2%)는 반응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반 총장의 대선출마에 대해서도 찬성(55.3%)만큼이나 반대(40.4%)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반기문 방한’의 반짝 효과를 누렸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반 총장의 방한 마지막날인 지난5월 30일 발표한 설문조사(23~27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1.7%포인트 상승했고,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도 한 주 전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먼저 반 총장이 현역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기 중 일국의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가시화한 것이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반 총장 방한에 즈음해,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후 자국 고위 공직 취임을 제한한 유엔 총회 결의문의 존재가 알려진 것도 반감을 부추겼다.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거듭하면서도 “과잉 해석을 말아달라”고 매번 당부하는 행보도 여론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반 총장의 성을 빗대 대권 도전 의사가 ‘반반’이라거나, “이것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다”는 개그를 인용해 ‘같기도’라고 지칭한 냉소 섞인 우스개도 정치권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대권 행보로서도 참신함을 주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서 만난 인사들이 원로급의 옛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대부분이고, 방문지도 지나치게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기성 정치인과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 예방(28일)과 경북 안동 하회마을 류성룡 고택 방문(29일) 등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호남을 방문하든지, 청년이나 소외계층을 만났더라면 명분과 이미지에서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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