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화려한(?) 방한을 마치고 돌아갔다. 본의와 상관없이 이미 반 총장은 내년 대선 판에 발을 내디뎠다. 관건은 기존 유력 ‘잠룡’에 미칠 파급력이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미칠 영향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반 총장, 안 대표 모두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강점으로 삼는 후보이기 때문. 반 총장은 안 대표에 약일까, 독일까.

일단 여론조사 기관의 분석은 ‘독’이라 보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이 대권주자 지지율 25.3%로 1위에 올랐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2%로 2위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12.9%로 3위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로 하락했지만 안 대표의 지지율 하락 폭이 더 컸다. 반 총장, 문 전 대표의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얼미터 측은 “반 총장 대선 출마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문 전 대표, 안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했다”고 했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기반인 문 전 대표와 달리 안 대표는 유동성 있는 중도층이 핵심이다. 진보 진영 후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층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으로 반 총장은 여권 후보로 거론되지만, 기존 여권 후보에 비해 중도층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안 대표와 반 총장의 지지층은 중도층으로 겹쳐지는 흐름이다. 중도층을 두고 두 후보 간 ‘제로섬’ 관계에 있기에 반 총장의 상승세는 안 대표엔 악재란 분석이 나온다.

역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반 총장의 등장으로 기존 진보ㆍ보수 지지층이 중도층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중도층 자체가 커질 것이란 의견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3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중도 영역의 이슈와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중도 영역이 커지면 안 대표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후보가 각각 기존 진보ㆍ보수 구도를 깨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리란 분석이다.

반 총장은 방한 일정을 마치며 일단 연말 임기 전까진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안 대표는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원 구성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의 선택은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날 12월에 재차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