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 소비자 “조삼모사 정책그만” 싸늘 판매점 “기존 노하우 물거품” 한숨

“정책이 이렇게 조삼모사로 바뀌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기가 좋아지면 또 다시 지원금 상한액을 부활시키겠다고 할 거 아니냐”(마포 거주 40대 소비자)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으로 떠들썩했던 지난 한 주를 보낸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규제 완화 차원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대부분 비판적이거나 무관심했다. 환영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그보다는 불과 한 달 전까지 지원금 상한액의 긍정적인 효과를 홍보하던 정부가 한 달 여 만에 입장을 뒤바꾼 데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묻어났다. 여기에 지원금 상한제 폐지 보도에 적극 부인하면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태도는 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11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지원금 상한제 폐지 소식에도 매장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11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지원금 상한제 폐지 소식에도 매장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신도림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당장 휴대폰이 급한데 언제 시행될 지 알고 그걸 기다리고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평소와 큰 차이는 없었다.

판매점의 분위기도 썰렁했다. 대신 직영점(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매장)과 대리점(본사 대리로 판매 및 CS업무 위임된 곳) 업주들의 얼굴에는 우울한 기색이 읽혔다.

종로 지역의 A 대리점의 점주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원금 상한선이 폐지되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겠지만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단통법 이후 정책이)이제 어느 정도 정착됐는데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이후 뜸해진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 판매 노하우가 모두 헛수고가 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지역 B 대리점 매니저는 “아무래도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지면 단말기가 전보다 잘 팔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매장 수익성이 당장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공시지원금이 늘어나면 통신사에서 그만큼 수수료를 덜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통법이)이제 자리잡아가는데 또 바뀌면, 다시 영업을 예전처럼 해야하는 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B 대리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지원금 상한선 폐지 소식에 “모르고 있었다”, “관심있게 뉴스를 안 봐서 잘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영업점들 중에서도 아예 상한제 폐지 얘기에 대해서 모르는 곳이 상당수였다.

종로구의 C 판매점은 “기사로만 접했지 아직까지 얘기 나온 게 없어서 체감은 못하고 있다“며 “손님 수도 평소와 비슷하고 아직까지 감지되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은평구에 위치한 D 판매점은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진다는 얘기는 아직 못들었다”면서도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손님들은 더 몰리지 않을까 싶다”고 다소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지역 E 판매점 업주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관련해 “들은 게 없다”면서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업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통법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느니 어쩌니 하더니, 결국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