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두 번 실수는 하지 않았다. 18번홀(파4) 왼쪽 러프에서 핀을 보고 공략한 세컨드샷은 또 다시 그린 왼쪽 긴 풀에 잠겼다. 파 세이브만 해도 우승이었지만 한 타를 잃어 연장전에 끌려갔다. 다시 18번홀서 열린 연장전. 이번에도 티샷이 비슷한 지역의 러프에 떨어졌다. 이번엔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첫번째 실패로 얻은 교훈이다. 그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었다. 그래서 이번엔 그린 앞 쪽에 떨어뜨려 핀쪽으로 10m 정도 굴러가게 해보자고 머릿속으로 그렸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잘 쳤다”며 흡족해 했다. 상상력으로 그려낸 짜릿한 세컨드샷. 한국 낭자 군단의 우승 가뭄을 해갈해 준 결정적인 단비였다.
‘연장불패의 승부사’ 김세영(23)이 자신의 세번째 연장전 승부서 환상적인 세컨드샷으로 시즌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 달 넘게 우승에 목말랐던 한국 선수들에게도 시원한 물꼬를 터줄 값진 우승이었다.
지난해 신인왕 김세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연장전을 치렀다.
김세영은 18번홀서 열린 연장전서 긴 러프에서 친 세컨드샷을 그린 앞쪽에 떨어뜨려 핀 1m까지 붙이는 환상적인 샷으로 손쉽게 버디를 기록, 보기를 범한 시간다를 제쳤다. 3월 파운더스컵에서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째이며 LPGA 통산 5승이다. 특히 세차례 연장전서 100% 승률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다.
이로써 5월 초 신지은의 텍사스 슛아웃 우승 이후 1개월 18일 만에 한국 선수 중 챔피언이 탄생했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17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했다.
김세영은 이날 빨간 바지를 입고 필드에 섰다.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3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그가 또 한 번 역전의 여왕에 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세영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5번과 8번, 11번 등 파5 홀에서 착실히 1타씩 줄이며 우승 가능성을 부풀렸다. 이후 14번 홀(파3)에서는 약 5m가 넘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다.
시간다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유지한 김세영은 17번 홀(파4)서 까다로운 2.5m 파 퍼트를 남겨놔 위기를 맞았지만 멋지게 홀컵에 떨어뜨리며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18번홀서 드라이버샷이 왼쪽으로 감기며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두번째 샷마저 러프로 향했고 약 5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연장전으로 가야했다. 먼저 친 시간다의 세컨드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 갔다. 김세영에게 기회가 왔지만 긴 러프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세영은 124야드를 남기고 시도한 세컨드샷을 홀 1m 거리에 환상적으로 붙이며 갤러리의 환호를 자아냈다. 시간다는 그린 밖에서 시도한 칩샷을 홀 3m에도 붙이지 못해 보기를 적었고 김세영은 가볍게 버디퍼트에 성공,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김세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리더보드를 안봐서 18번홀을 마치고 내가 우승한 줄 알았다. 시간다가 왜 나를 기다리는지 몰랐다. 그런데 연장전에 가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뒤 “오늘 노보기 플레이가 목표였는데 마지막홀에서 보기를 해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연장전서는 전략을 다르게 해서 그린 앞에 떨어뜨리고 굴리는 계획을 했는데 제대로 쳤다”며 기뻐했다.
김세영은 또 이날 미국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맞아 멋진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됐다며 행복해 했다. 아버지 김정일씨는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김세영은 “아빠가 이번에 꼭 우승했으면 하고 바라셨다. 아버지의 날에 우승컵을 선물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3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전인지(22)는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렉시 톰슨(미국)과 함께 14언더파 270타로 공동 4위, 유소연(26)은 13언더파 271타로 단독 6위에 올랐다.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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