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일자리 정보경로 모른다”
디지털기기 활용도 낮을수록 빈곤
고립감 심화에 우울증 노출 심화
에스원 등 디지털 역량강화 지원
우리나라 고령인구(55~79세) 중 70%는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55%)’, 이어 ‘일하는 즐거움(35.8%)’이다. 경제력과 삶의 보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계속해서 일을 하려 하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인 이들이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6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관련 조사 결과, 일자리 찾을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68.1%가 ‘일자리정보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른다’를 꼽았다. 일자리를 얻게 된 경로로 가족·지인의 소개가 33.1%로 가장 높았다.
기업이 대부분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인하고 있는 데 반해 노인들은 디지털기기 활용이 낮아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가령 일자리정보가 많은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과 각종 인증절차에서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때문에 노년층은 디지털격차로 인해 취업시장에서 소외된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회성 일자리를 전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 14.2%를 훌쩍 넘는다. 이로 인해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만2000명 증가한 674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같은 빈곤과 정서적 고립감은 우울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23만2509명이던 65세 이상 우울증 환자가 2022년에 24만7731명으로 늘었다. 전체 우울증환자 중 35.69%가(2021년 기준) 60대 이상이다.
디지털기기 사용능력이 노인 우울증과 연관돼 있다는 학계의 연구도 있다. 인제대·한경국립대가 2022년 65세 이상 서울 거주 노인 29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체의 9.3%가 우울증을 경험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 위험이 2.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디지털역량이 낮을수록 사회적 고립감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디지털 케어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한 노인은 우울증 증상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정화 전남대 생활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디지털 케어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한 노년층이 고독감 감소(65.9%), 우울증 감소(63.5%) 등이 나타났다.
노년층 디지털 소외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기업들도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새로운 CSR 사업인 ‘시니어 디지털아카데미’가 있다. 노인이 기초 디지털역량을 쌓고 취업을 통해 사회참여도 이룰 수 있도록 취업 연계형 디지털교육도 진행한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에스원 관계자는 “노인이 스마트폰, PC, 키오스크 등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다뤄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적이다. 더 나아가 취업역량까지 키워 새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다.
조문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