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예측 사이트 회원·SNS 광고 접속자 86명 상대로

비상장 주식 투자 권유해 15억원 편취한 총책 A씨 등 검거

투자 사기 이미지
[챗GPT를 사용해 제작]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상장 예정인 주식 투자를 하면 큰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15억여원을 가로챈 사기 일당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전문 배우를 앞세워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광고를 활용해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 환급법 위반, 범죄집단 조직·활동죄 등의 혐의로 총책 A(28)씨와 관리책, 유인책 등 일당 9명을 검거, 이중 A씨 1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A씨 등은 올해 5월부터 10월 말까지 6개월 동안 로또 예측 사이트 회원 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투자 광고를 보고 개인정보를 남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상장 주식 투자를 권유한 뒤, 보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처럼 꾸며 86명으로부터 1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1명이 입은 최대 범죄 피해금은 818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등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범죄 사기 조직
A씨 등 피의자들은 올해 8월부터 SNS 광고를 게재했으며, 광고 하단 속 클릭 버튼을 누르고 접속한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청
피의자들이 SNS에 게재한 동영상 광고. [서울경찰청 제공]

피의자들은 올해 5월께 지인들을 모아 비상장 주식 판매를 빙자한 사기조직을 만든 뒤, 폐쇄된 로또 번호 예측 사이트의 유료회원들 정보를 파악하고 각각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장 주식 투자를 권유했다. 처음에 이들은 ‘사이트를 인수했다. 회원들에게 회사가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으로 보상하고 있다’ 등의 말로 접근을 시도했지만 점점 범행 성공률이 떨어지자, 올해 8월부터는 SNS 광고를 도입했다.

이들은 전문 배우로 추정되는 사람이 등장해 자신의 투자 성공 스토리를 홍보하는 영상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렸다. 해당 동영상은 피의자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불상의 광고업자가 허위로 만든 광고로 알려졌다.

A씨 등은 투자 광고 영상을 클릭한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정보를 수집하고, 접속자들 각각에게 연락해 주식 매수를 유도했다. 조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투자자문업체와 증권사 등을 사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먼저 “홍보 차원에서 상장이 확정된 비상장 주식을 무료로 주겠다”며 접속자들을 대화방으로 초대하거나 주식거래 사이트에 로그인 하게 한 뒤, 10주 가량의 주식을 입고시켰다. 그런 다음 “주주 명부를 확인했다.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주겠다”고 말하며 당장이라도 주식을 팔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바람을 잡았다. 그리고선 “주식을 추가 매수하면 상장 직후 10배 이상의 고수익을 볼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고, 돈을 송금받은 후에는 연락이 두절되는 수법을 썼다.

서울경찰청
피의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투자자문업체, 증권사 등을 사칭하며 전송한 멘트.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지난달 말 경기 부천시 소재 오피스텔에서 검거될 당시까지도 이같은 수법의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A씨 조직이 재료로 활용한 종목은 총 7개로, 모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공모 일정이 알려진 비상장 주식들이다. A씨 등은 일반 투자자의 경우 공모절차에 참여하더라도 높은 경쟁률 때문에 주식을 많이 배정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유명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맞물려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집중되자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하며 가짜 주식을 판매하는 유형의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들 범죄조직이 피해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고수익을 인증하는 광고 영상과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를 활용하는데, 이는 모두 교묘하게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범죄조직이 로또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이나 SNS 광고 영상을 클릭한 사람들을 범행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면서 “신뢰할 수 없는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SNS 광고 영상에 개인정보를 남길 경우 수익은 커녕 자칫 범죄조직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