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경제 성장의 방향을 크게 틀었다. 중국은 지난주 개막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 양회를 통해 지난 90년 9차 5개년 계획 이후 유지해 왔던 수출주도 성장 정책을 내수 육성 정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경제발전 모델 전환에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바오바(保八·8% 지키기) 정책 포기, 내수확대로=중국이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을 7%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성장률을 8% 이상으로 유지하는 이른바 ‘바오바(保八ㆍ8% 지키기)’ 방침을 지상과제로 삼아왔다. 8%대 이상의 성장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 등에도 강경하게 버텨왔다.

그러나 이런 과도한 양적 성장 정책을 유지하다보니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는 치솟고 이에 따라 사회 내 빈부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북아프리카의 정정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 중국 내 ‘재스민 혁명’의 가능성 등 정치적 불안감도 가세하면서 결국 무릅을 꿇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국은 수출이 아닌 내수 주도로 성장의 축을 바꿔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흑자는 1831억달러로 전년보다 6% 정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내수를 확대해 수입을 늘리고 수출영향력을 줄여나가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12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매년 최저임금을 연 평균 13%씩 인상하고 내수를 진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빈부격차 확대를 줄이기 위해 도시 저소득층과 농민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을 높이고 개인소득세 면세기준도 상향하는 등 세제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 서비스산업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소비가 국가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보다 내수 비중이 낮다. 따라서 확대될 여지는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체질개선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왕쥔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체질개선에 성공하면 지금보다 더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해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수확대 전략은 이전과 같이 여전이 관 주도다. 7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 투자에 의존하는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상속도 빨라질 듯=이제 관심은 중국의 위안화 정책으로 모아지고 있다. 중국이 8% 성장유지 정책을 포기함에 따라 이런 변화가 위안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을 받고있다.

중국이 수출주도가 아닌 내수로 성장을 꾀하고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은 지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물가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위안화 절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5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6.5686위안으로 중국이 신축적인 환율대응에 나섰던 작년 6월보다 3.9%나 올랐다.

중국의 지난 1월 수입도 전년에 비해 51.1% 증가해 무역흑자가 65억달러(약 7조원)에 달해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7일 월스트리트저널 중문판은 리리휘(李禮輝) 중궈은행 은행장의 말을 인용해 위안화 절상은 3~5%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도했다. 리 행장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수출 주도형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면서 “따라서 3~5%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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