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회> 죽음의 계곡 8
“드디어 유민 회장이 낚싯밥을 문 것 같습니다. 블루아우토 주식을 무조건 사들이고 있더군요. 흐흐흐… 한심한 노인네지요. 그 낚싯줄을 당기면 처치곤란한 쓰레기만 딸려 나올테니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거성자동차 전략담당 상무 도종호는 테이블 위에 블루아우토의 주식 변동 상황 표를 펼쳐 보이며 껄껄 웃었다. 물론 그 앞에 마주앉아 있는 사람은 권도일 전무였다.
“그래도 블루아우토의 경영권이 유민 회장의 손아귀에 넘어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뭐 전무님 기분이야 이해합니다만, 실속이 최고지요. 그까짓 허울만 남은 회사가 그 작자에게 넘어간들 뭐가 아쉽겠습니까? 보나마나 매출은 찌그러들 것이고 핵심을 잃은 기술진은 우왕좌왕, 오히려 부채만 떠안게 될 형편입니다. 우리 입장에선 노른자 빼먹고 껍데기만 넘긴 셈이니 홀가분하기 이를 데 없지요.”
“아버님께서 창업하신 회사를 팔아먹은 것이라 개운치만은 않습니다.”
“허 참, 명분에만 집착하지 말라니까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동요도 모르십니까. 헌집 주고 빵빵한 새집으로 옮겨 앉으셨는데 개운치 않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 거성자동차 회장님께서 특별대우를 해주실텐데요 뭘.”
도종호 상무는 팔을 길게 뻗어 권도일의 손을 마주잡았다. 이제 한 배를 타게 되었으니 힘차게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나가자는 의미였다.
“권 전무님. 이렇게 좋은 날 책상머리에만 앉아있을 수는 없지요. 유비, 관우, 장비도 도원결의를 맺던 날 고량주깨나 마셨을 겁니다. 우리도 한 잔 꺾읍시다. 로비스트 송달민 선생도 불러내지요.”
아직 날이 저물지도 않았건만 도종호 상무는 논현동 텐프로 룸살롱으로 차를 몰았다. 무려 1개월간이나 별러오다가 기필코 오늘 밤을 디데이로 잡은 셈이었다. ‘논인어색주지외(論人於色酒之外)’라! 사나이끼리 사나이를 논할 때는 술과 여자에 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니 서로 탐색하지 말고 주색에 파묻혀 진탕 놀아보자는 의도였다.
“자동차는 타봐야 압니다. 뒤집어 말하면 타본 사람만이 자동차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묻는 말씀인데… 전무님께선 우리 거성자동차를 좀 타보셨습니까?”
부스럭거리며 주머니를 뒤지던 도종호 상무가 비아그라 한 알을 꺼내어 재빨리 입에 넣으며 물었다.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텐프로 룸살롱을 향해 가면서 전투식량을 복용하는 모습이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요. 지금 모는 차도 거성에서 주력으로 내놓은 제품이지만 성능이 대단히 뛰어나더군요. 거성 제품을 타다보면 오히려 유럽이나 일본 수입차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바로 그 점입니다. 권도일 전무님! 우리도 레이싱팀을 꾸려 경기에 참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 양산한 자동차를 튜닝해서 출전시켜야겠지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5개국 랠리 이벤트를 유민 제련그룹에 몽땅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거성 회장님의 뜻인가요?”
“지금 회장님은 레이싱의 참맛을 모르십니다. 2세의 뜻이지요. 지금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오너 2세가 잘 아시다시피 자동차 마니아잖습니까?”
“오라, 그래서 끈질기게 저를 거성에 합류시킨 것이로군요.”
“그렇지요. 권 전무님이야말로 레이싱의 지존이시니까요. 2세께서는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 회사의 고유모델, 신형모델은 물론 철지난 클래식 모델까지를 모두 튜닝해서 출전시키려는 야심을 품고 계십니다. 우리 거성의 창업 이후 이 땅 위에 굴러다녔던 모든 제품을 몽땅 랠리 경기에 출전토록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입에 거품을 물던 도종호 상무는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하여간 지금은 텐프로 룸에 전념합시다. 여자도 자동차처럼… 타봐야 아니까요.”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