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민법의 채권자 취소권을 근거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부당인출된 예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법리상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 취소권은 채무자(저축은행)가 채권자(일반예금자)에게 피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사해행위를 하면, 채권자는 취소나 원상 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민법상 권리다.

금융당국은 영업정지 전 임직원이나 대주주의 연락을 받고 예금을 찾아갔거나 임직원이 임의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인출해 준 예금이 환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채권자 취소권 적용에 회의적이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나서서 예금 전액을 돌려받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채권자취소권을 적용할 경우 채권자는 일반예금자들이므로 금융당국이 직접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예금자를 상대로 예금을 직접 환수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부당인출 예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일반예금자들이 소송을 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쟁점은 영업정지 전 부당인출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채권자 취소권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제3자에게 빼돌리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해 채권자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 주로 적용되는 조항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채무자인 저축은행이 일부 채권자에게 먼저 예금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일종의 변제행위인데 이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예금인출자간 악의적인 공모 여부에 대한 입증도 핵심쟁점이다. 검찰이 개별 예금에 대해 조사해 저축은행과 예금 인출자간 공모 사실이 드러나면 법률검토를 거쳐 ’악의’를 입증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한 변호사는 “저축은행 측에서 VIP고객과 대주주 친인척 등에게 전화로 사전 예금인출을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수위로 얘기했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악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내더라도 승소해 인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 부당인출자 대상과 금액을 확정하는 것부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최종판결까지 최소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부산·대전·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도민저축은행 등 7개 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영업 마감시간 이후 인출해준 예금은 총 3588건으로 1077억원에 달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